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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읽는 동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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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애 [marianna02] 쪽지 캡슐

1999-12-15 ㅣ No.614

길더라두 읽어주세요!! *^^*한 두번쯤 나누어 올립니다.

 

항아리

 

  나는 독 짓는 젊은이한테서 태어났습니다.  젊은이는 스무 살때 집을 떠나 멀리 도시로 나갔다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가업을 잇기 위해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독을 짓기 시작한 젊은이였습니다. 나는 그 젊은이가 맨 처음 지은 항아리로 태어났습니다.

  그런탓인지 나는 그리 썩 잘 만들어진 항아리가 아니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어깨너머로 독 짓는 법을 쭉 배워왔다고는 하나 처음이라서 그런지 젊은이의 솜씨는

무척 서툴렀습니다. 곱게 질흙을 빚는 것도, 가마에 불을 때는 것도 서투르기 짝이 없었습니다.

  젊은이는 내가 세상에 태어나자 아주 못마땅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습니다. 마치 내가 무슨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듯 나를 쳐다보는 눈길이 아주 기분나빴습니다.

  그러나 나느 뜨거운 가바 밖으로 빠져나온 것만 해도 기뻤습니다. 처음에 가마 속에 들어갔을때 불타 죽는 줄만 알았지, 내가 다른 무엇으로 다시 태어난다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내가 아래위자 좁고 허리가 두둑한 항아리로 태어났으니 그 얼마나 스스로 대견스럽고 기쁘던지요.

  그러나 그것은 나만의 기쁨일 뿐 젊은이는 나를 달가워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대로 뒷간 마당가에 방치되었습니다.  

  나의 존재는 곧 잊혀졌습니다.

  버려지고 잊혀진 자의 가슴은 무척 아팠습니다.  항아리가 된 내가 그 무엇으 위해 소중하게 쓰여지는 존재가 될 줄 알았으나, 나는 버려진 항아리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소나기가 지나가면 빗물리 고였습니다.

  빗물에 구름이 잠깐 머물다가 지나갔습니다.

  밤에는 이따금 별빛들이 찾아와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만일 그들마저 찾아와 주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그대로 죽고 말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만을 위해 존재하고 있기에는 나 자신이 너무나 초라하고 안타까웠습니다. 나는 그 누군가를 위해 사용되는 가장 소중한 그 무엇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래야만 뜨거운 가마의 불구덩이 속에서 끝끝내 살아남은 의미와 가치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가을이었습니다.  하루는 젊은이가 삽을 가지고 와서 깊게 땅을 파고는 모가지만 남겨둔 채 나를 묻고 그대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땅속에 파묻힌 나는 내가 무엇으로 쓰여질 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가슴은 두근거렸습니다.  이제서야 내가 버려진 존재가 아니라 남을 위해 무엇으로 스여질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에 그저 한없이 가슴이 떨려왔습니다.

  

조금은 지루하죠? 한꺼번에 다 올리면 너무 많아서여..  

저는 참 재밌게 읽었어요.. 생각하는 입장에 따라서 오는 느낌이 틀린거 같거덩요..

나머지는 또 올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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