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을 사랑하는 이들의 작은터
<118> 모퉁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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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걸어왔던 길보다
너의 마음은 더 먼길을 돌아왔네
어둠 속에서도 길을 찾았으나
어둠에는 정거장이 없었네
헤어질 때는 왔던 길부터 걷기 시작해서
다시 걸어갔네
걷고 또 걸었던 그 길이 어디서 끝날지 몰랐네
보도 블럭의 산들이 마음에 걸렸네
가끔은 회오리바람이 불었네
시린 눈으로 황량한 기억들이
구석배기에 처박히는걸 보았네
보고 싶지 않고 보이고 싶지 않은 뒷모습 때문에
너는 저 자신의 걸음걸이에 호흡을 맞추지 못했네
너무 빨리 걸었거나 너무 느렸네
왜 사랑은 항상 앞서가고
생각은 뒤쳐져 오는 것일까
생각과 사랑하는 마음 사이에
점점이 찍힌 너의 발자국이
무슨 암호와 같이 설명되어지지 않았네
너는 단지 걷고 또 걸어왔을 뿐인데
언제나 모퉁이를 돌고 있었네
모퉁이 - 안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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