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성당 게시판

주일 저녁미사 참례 후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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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진 [dreamy4u] 쪽지 캡슐

1999-05-24 ㅣ No.317

안녕하세요?

회사에서 주로 Goodnew를 띄워놓고, 여기저기 들어가 보는게, 낙인데, 연희동 성당 게시판에 글을 쓰기는 처음이네요. 주일미사만 다니는 "나일롱 신자" 인지라, 별로 쓸 이야기도 없고, 사람들과 주고 받을 이야기도 없어서 구경만 하고 가지요. 그런데, 어제 디도 신부님께서 지난 주에 400번째 게시물을 올리는 사람에게 경품을 거셨나 보지요? 헤헤..그래서 쓰는 건 아니구요, 게시판도 활성화가 필요한 상황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어제 미사 참여하고나서 제가 느낀 점을 띄워 봅니다.

 

어제 청년미사 참 좋았지요? 염리동 성당 신부님께서 오셨었는데, 참 좋은 말씀 들었구요, 염리동 성당 완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시는 신부님의 모습에 감동을 많이 받았습니다. 염리동 성당이 빨리 완공이 되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주님의 품 안에서 힘을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저는 유아세례 받고서, 고등학교 때까지는 학생회도 하고, 나름대로 참여를 하면서 성당에 나왔었는데, 대학오면서, 주일 미사에도 제대로 참석할까 말까하는 날나리 신자가 되었지요. 주일 미사도 안 빼먹고 나오기 시작한지도 2년 정도밖에 안 되었어요. 거의 한 6년동안 냉담자 생활을 했지요.

주일미사 안 빼먹은 그 2년도 1년 반정도는 고백성사도 안 보고, 영성체도 못 하고, 그야말로 미사를 다니기만 했습니다.

 

가끔 고향에 내려가서 어머니랑 같이 자다가, 새벽녁에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잠이 깨서, 어머니께서 조용히 묵주기도를 드리고 계신 걸 어슴푸레 보고는, "우와...우리 엄마는 참 대단하시다.. 이 새벽에 기도드리시면, 졸리시지도 않으실까.." 하고 경탄을 금하지 못하고는, 다시 잠들곤 했지요.

 

그런 제가, 지난 달에는 한 주내내 매일미사 보고, 묵주의 9일기도도 시작하고,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세상 살아가면서 겪는 많은 어려운 일들 중에 그리 특별하지 않은 일이 닥치긴 했는데, 그 일을 당한 본인은 세상에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 느껴지는 법이지요.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데, 제가 할 수 있는 아무일도 없고, 그저 가만히 앉아서,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무너지는 걸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지요.

 

그 때, 제 머리속에 떠오른 모습은, 새벽에 깨어서 조용히 기도하시던 제 어머니의 모습이었어요. 그래서, 하루동안 뒤집어 쓰고 있던 이불을 차고 일어나서, 성당으로 갔습니다. 저자신을 비참하게 만드는 여러가지 생각들을 떨쳐버리기위해서, 깨어있는 시간내내 기도했고, 정말 정성을 다해서 매일미사를 참례했습니다. 나흘동안, 거의 먹지도 못하고 지냈지만, 기도를 할수록 힘이 나더군요. 목요일 저녁 미사에 갔다가 우연히 참여한 성령기도회에 난생처음 참여하면서, 낯설기도 했지만, 많은 힘을 얻을 수 있었지요.

 

제가 가장 힘든 순간에 매달릴 수 있는 분이 있고, 찾아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에 얼마나 감사드리는지요... 그리고, 기도가 얼마나 용기와 힘을 주는 것인지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어제, 염리동 성당 신부님의 모습에서, 성당 건립을 위해 최선을 다해서 주님께 간구하시는 모습을 느끼고, 어서 빨리 성당이 완공되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비록 큰 도움은 못 되겠지만요...

 

염리동 성당 신부님께서, 이번 주말, 연희동 성당에 오셔서 큰 용기를 얻으셨길 빕니다. 저희 성당이 시작이라고 하시던데요, 처음에 성과가 좋으셨다면, 앞으로 더 힘을 내어서 하실 수 있으실 테니까요.

 

그리고, 한 가지 더 드는 생각은, 서울에 올라와서, 최근에 건립된 성당들을 가보면, 정말 웅장하고, 으리으리하다는 느낌마저 듭니다. 특히 강남쪽에 있는 성당들과, 수도권에 새로 세워지는 성당들은, 정말 화려하더군요.

멋진 성당에서 기도를 드리면, 그 분위기에 휩싸여 마음이 더욱 경건해지기도 합니다. 아마도 앞으로 10년, 20년을 내다보고 지은 것이기 때문에, 그 규모도 큰 것이겠지요. 하지만, 저는 화려한 성당보다는 저희 연희동 성당이 더 좋습니다. 늘 다니던 곳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새 성당들이 너무 반짝반짝한 게 제 눈에는 어색하고 낯설게 느껴지더군요. 연희동 성당도 참 예쁜 곳이지요. 산꼭대기 유치원을 개조해서 만든 저희 고향의 성당에 비하면, 연희동 성당도 화려한 곳입니다. 하지만, 성전이 멋있고 예쁘기 때문이 아니라, 청년미사의 생동감과 멋진 성가, 그리고, 신부님의 좋은 말씀 때문에 좋아합니다.

 

웅장하고 멋진 성당도 좋지만, 아직까지는 한 성당을 크게 만드는 것 보다, 찾아가기 쉬운 성당이 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물론, 모든 성당들이 신자들 가까이에 있으면서 웅장하고 멋지다면, 금상첨화이겠지만요.

 

성당을 너무 좋게 지으려고 무리할 필요는 없지않나 하는 기우가 생기기도 하는군요.

 

암튼,, 성당이 많이 많이 생겨서, 사람들이 많이많이 찾아왔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크게 지어도 모자를 정도로요...^_^

 

이상, 처음으로 주절주절 써 본 글의 끝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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