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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진 세미나 소감문 (박영진.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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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국 [skpaul] 쪽지 캡슐

2003-09-22 ㅣ No.360

처음에 세미나 기간동안의 소감문 발표를 권유받고

참으로 막막한 심정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 앞에 선다는 것이 우선 자신 없는 일이었고

제 자신의 이야기를 서투른 글로써 표현해야 하며

청중을 대상으로 발표까지 해야 한다는 게

무척이나 망설여지는 일이었습니다.

아마도 제가 살면서 가장 두렵고 자신 없어 하는 일이

노래하는 것과 글쓰는 일이 아니었던가 합니다.

더군다나 저에겐 다른 이들이 들려주는 눈물나는 시련이나

가슴 벅찬 신앙체험도 아직은 없으며

성경구절을 멋지게 인용할 만한 능력도 없으니

무엇으로 얘길 풀어가야 할 지 도무지 막막하기만 하였습니다.

또한 발표를 전제로 한 글쓰기가 세미나 기간동안의

제 느낌들을 구속하거나 오히려 과장시키지나 않을까

우려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제가 세미나를 통해 갖게 된 작은 느낌들이나마

이 자리를 빌어 함께 했던 다른 이들과 나눌 수 있다면

이기간이 제 자신에게 오래도록 소중한 기억으로

간직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으며

이런 기회를 허락하신 주님께 마땅히 감사할 일이라 여기고

용기를 내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제가 처음 성당의 문을 두드린 건 8년 전쯤의 일입니다.

돌이켜 보건대,

하느님의 실재함에 대한 너무나도 당연한 믿음들조차

저에겐 생소하게만 느껴지던 시절이었습니다.

남편을 쫓아 때되면 친숙한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정도의

가벼운 느낌으로 저의 성당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미사의식도 생경하기만 했고

당연히 주기도문 하나 못 외우는 처지였던지라

미사시간 내내 주변의 분위기에

괜히 주눅이 들기도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시절의 미사시간은 왜 그리도 길게만 느껴지던지요.

제 남편도 당시엔 가끔 나가는 그저 이름뿐인 신자이었기에

저의 신앙생활을 독려할 분위기도 아니었고

신자가 되고자하는 열망 없이도 저의 성당생활은 이어져갔습니다.

 

그러던 제가 신자가 되기로 작정한 건

누군가로부터 어떤 권유나 특별한 계기가 있어서는 아니었습니다.

무척 힘들었던 어느 날,

남편이 아닌 의지할 만한 어떤 대상을 필요로 했었고

자연스럽게 찾게 된 곳이 다름 아닌 성당이었습니다.

제 자신의 안식을 구하려는 지극히 이기적인 목적으로

신앙생활을 시작한 셈입니다.

이를 위해 저는 기꺼이 신자가 될 수 있었고

다른 이들의 주님이었던 그분을 나의 주님으로 받아들이면서

위안을 얻고자 했던 제 자신의 목적은 그대로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그후 별다른 걱정 없이 마음의 평안을 얻고 지내던 어느 순간

제가 받아들였던 주님이 제 생활 속에

더 이상 계시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신자가 된 이후 한동안 열심이었고

그처럼 영원히 지속될 것만 같았던 제 자신의 신앙생활도

따라서 시들해져만 갔습니다.

정말 아무런 죄책감이나 번민도 없이 주님을 멀리하게 되었습니다.

이후의 삶속에 때로는 주님을 생각케 하는 일들이 있었지만

애써 회피하거나 무시해버리곤 하였습니다.

 

제가 주님을 다시 찾게 된 건 제 자신이 속한 가정이

어려움에 처한 상태가 되고나서 입니다.

여러 면에서 힘들고 어려운 상황하에

어찌할 방도를 찾지 못하고 헤매이던 중

비로소 저는 다시 주님을 만나 뵐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도속에서 진실로 주님의 실재하심을 느끼며

마음속 깊이 다시 주님의 사랑에 젖어볼 수 있었습니다.

주님을 배신했던 저를 주님께서는 용서하시고

다 받아들여 주셨습니다.

여전히 이기적이기만 한 저를 받아들이신

자애로우신 주님이셨습니다.

적어도 이번 세미나를 받기 전까지

저는 그 안에서 그렇게 우물안의 행복을 느끼며 살고 있었습니다.

 

이번 세미나를 저는 저에게 새롭게 거듭나기를 요구하는

주님의 말씀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한없이 이기적이기만 했던 저를 받아들이신 주님께서는

저로 하여금 제 자신만이 아닌, 제 가족만이 아닌,

이제는 이웃을 위해서 기도하기를 말씀으로 전해주시는 듯 합니다.

세미나를 통하여 매 주말마다 느끼게 되는 감동은

참으로 큰 것이었습니다.

성령으로 충만한 말씀을 통하여 저를 이끌어 주시는 길을 보게 됩니다.

이제는 저만이 아닌, 제 가족만이 아닌,

이웃과 함께 하는 공동체를 통해서 나누는 행복이

진정한 행복일 수 있다는 깨달음을 일깨워 주신 겁니다.

이제는 자연스럽게 내 주변사람들,

그리고 내 이웃들과 공동체를 위한 기도를

정성스럽게 할 수 있는 마음을 얻게 된 듯합니다.

 

격세지감이라 하던가요.

어딘 지 무겁고 어색하기만 하던 성당으로의 발걸음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신나는 일로 바뀐 요즘의 변화에

제 스스로도 놀라고 있습니다.

 

이 모든 은총 주신 우리 주님께 뜨거운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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