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일반 게시판

이야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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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범 [stevechoi] 쪽지 캡슐

2000-01-03 ㅣ No.16

 

1. 아내가 설거지를 하며 말했다.

 

 "애기 좀 봐요!"

 

 그래서 난 애기를 봤다.

 한 시간 동안 쳐다 보고 있다가 아내에게 행주로 눈탱이를 얻어맞았다.

 

 

2. 아내가 청소를 하며 말했다.

 

 "세탁기 좀 돌려요!"

 

 그래서 난 낑낑대며 세탁기를 빙빙 돌렸다.

 힘들게 돌리고 있다가 아내가 던진 바가지에 뒤통수를 맞았다.

 

 

3. 아내가 TV를 보며 말했다.

 

 "커튼 좀 쳐요"

 

 그래서 난 커튼을 ’툭’치고 왔다.

 아내가 던진 리코콘을 피하다가 걸래를 밟고 미끌어져 벽에 옆통수를 부딪쳤다.

 

4. 아내가 아기를 재우며 말했다.

 

 "애 분유 좀 타요"

 

 그래서 난 분유통을 타고서 ’끼랴 끼랴’했다. 아내가 던진 우유병을 멋지게

 받아서 도로 주다가 허벅지를 꼬집혀 퍼런 멍이 들었다.

 

5. 아직 잠에서 덜 깬 아내가 출근 하는 내게 물었다.

 

 "문닫고 나가요"

 

 그래서 문을 닫았다. 나갈수가 없었다. 한 시간 동안 고민하며 서있는데

 화장실가던 아내가 보더니 엉덩이를 걷어차고 내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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