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동성당 게시판

"아줌마,때미는데 얼마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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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자 [stellara] 쪽지 캡슐

2003-07-16 ㅣ No.3874

 

 

일요일 오후엔 가끔 시어머니와 함께 목욕을 가곤 합니다.

올해 연세가 팔십이 되시는데 함께 동거를 해온지가 벌써 23년째이네요.

결혼후 젊은날의 그분은 호랑이 시어머니의 표본이셨는데 지금은 종이 호랑이가 되어 안방을 지키고 계시지요.

홀어머니에 외아들, 시누이만 셋, 우리 신랑 엄청 힘든 결혼 조건이죠?(세속적으로 보면).

 

아껴주고 사랑해주고 알뜰 살뜰 살림 잘해주고(정말 일까요? 우리 베드로에게 기회있으면 물어봐 주실래요? 어떻게 대답할지 궁금?)

가끔씩 맛있는 홍어를 먹는 기쁨까지  제공하니 장가 잘간것은 확실

한 것 아닐른지요.

 

용감하고 씩씩하시던 시어머니는

지금은 기운이 쇠하여 걷는것조차 힘들어 하시지만 젊은날 저에게 상처주었던 많은 언어들때문에  마음이 치유되지 않은것들이 아직도

남아있어 속내를 다 들어낼만큼 잘하다가도 가슴이 확 닫힐때도 있습니다. 저희곁에 오래 오래할 시간이 많지 않으리라 생각되어

살아계시는 동안 최선을 다하리라 다짐에 다짐을 해봅니다.

 

목욕탕에서 돈을 주면 손님을 씻겨주는 아줌마들이 있는데 손님들은

1인용 나무 침대같은 곳에 눕습니다. 손님이 없던 침대에 어머니를

눕게 하여 앞으로, 뒤로, 옆으로, 팔도 올리고, 다리도 닦고 있는힘

다하여 땀을 뻘뻘 흘리며 다리가 후들 거릴 정도로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매번 느끼지만 남의 몸을 씼긴다는건 굉장히 힘든일이예요.

목욕 봉사 하시는 분들 보면 정말 힘든일을 하시는구나 생각됩니다.

열심히 닦으면서 당신에 대한 내마음의 앙금들을 하나 하나씩 벗겨

내고 희석시키고 용서의 마음을 다짐해 보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아줌마, 때 미는데 얼마예요?"

이 무슨 달콤한 꿈을 깨는 소리란 말인가?

황당....

스텔라 아줌마 그날 졸지에 때 밀어주고 돈버는 곳에 취직할 뻔 했습니다. 돈내면 때 밀어 주는 곳에서 열심히 시어머니를 씻기고

있었으니 그럴수 밖에 없었지요. 물어보던 그분은 제가 그 곳에서

돈을 받고 일하는 사람으로 생각한 거지요. 웃음으로 저는 그곳

직원이 아니라고 얘기하고 같이 웃었습니다.

 

 

스텔라가 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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