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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맛들이기] 향심기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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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홍 [clemenskim] 쪽지 캡슐

2007-06-15 ㅣ No.5987

     


[기도 맛들이기] 향심기도 <2>

이승구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향심기도 전담)

 향심기도(Centering Prayer)란?
 
 그리스도교 전통에서 관상기도란 하느님의 순수한 선물이요 생각과 말과 정서와 같은 심리적 상태를 넘어서 절대 신비이신 하느님께 우리 몸과 마음과 정신, 즉 전 존재를 열어 드리는 것이다. 6세기의 대 그레고리오 교황께서는 이것을 단순히 "하느님의 현존 안에서 쉬는 것"이라고 하셨다.

 이러한 관상기도의 전통은 사막의 교부들, 특히 압바 이사악과 요한 카시안 등을 거쳐 14세기 「무지의 구름」의 저자와 16세기 예수의 데레사 성녀와 십자가의 성 요한, 그리고 우리 시대의 토머스 머튼, 그리피스, 토머스 키팅에 이르기까지 그리스도교의 오랜 전통 안에서 전승해왔다.

 향심기도는 이러한 영적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하느님의 순수한 선물인 관상의 선물을 받아들이도록 우리의 기능들을 준비시킴으로써 관상기도의 발달을 촉진시키고자 만든 기도 방법이다. 특히 향심기도는 「무지의 구름」과 그리스도교 관상 전통의 위대한 작가들의 통찰에 근거해 무엇이든지 방법론에 익숙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이 누구나 쉽게 배우고 실천할 수 있도록 구체적 방법과 순서를 제시해 놓은 것으로 새로운 기도가 아니라 옛 전통을 현대인의 감각에 맞게 재구성해 놓은 것이다.

 향심기도라는 용어는 "하느님을 만나려면 자신의 중심(Center)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토마스 머튼이나 그리피스 같은 분들의 주장에 따라 우리 안에 현존하시고 활동하시는 하느님을 만나려 자신의 내면, 즉 중심으로 들어가는 기도(Centering Prayer)라는 의미에서 붙인 명칭이다.  

 그래서 향심기도는 우리의 참자아 안에, 그리고 우리의 가장 깊은 중심에서 우리 숨결보다도 호흡보다도 생각보다도 더 가까이 계신 절대 신비이신 하느님을 만나려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기도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우리 안에 현존하시는 하느님께서 활동하시도록 동의해 드림으로써 성령께서 나를 대신해서 기도하시도록 맡겨드리는 기도이다.

 향심기도는 다른 능동적인 기도처럼 주의를 집중하거나 기도문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과 마음과 영혼, 즉 우리의 온 존재를 하느님께 맡겨드리려고 지향하는 기도이다. 이것은 무엇인가를 행하는(doing) 기도이기 보다는 내 안에 현존하시는 하느님의 현존에 함께 머물러 존재(being)하려는 대단히 수동적이고 수용적인 기도이다.

 이렇게 수동적으로 모든 것을 존재의 원천이신 하느님께 맡겨드리면서 그분의 현존과 침묵 속에서 머무는 이 향심기도를 통해 하느님께서는 지금까지의 관계 안에서 있었던 우리의 상처와 결함들을 치유해 주시고, 어린 시절부터 형성되어 온 거짓자아를 소멸시켜 참자아로 부활시켜 주신다. 그러면 우리 안에는 하느님께 대한 믿음, 희망, 사랑이라는 향주삼덕이 점점 자라게 되며, 그로 말미암아 우리는 복음적 가치를 추구하고 따르면서도 내적자유를 누리며 행복하고 기쁜 삶을 살아가는 참된 신앙인으로 변형되어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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