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회성당 자유게시판

[로미오] 풍금이 울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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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윤 [novita] 쪽지 캡슐

1999-12-01 ㅣ No.1054

 

 

생각하는 동화 - 쉰세번째 이야기

 

< 풍금이 울릴 때 >

- 리하르트 레안다 동화에서

풍금 만드는 솜씨가 신기에 가까운 젊은이가

마음먹고 풍금 하나를 만들었다.

그는 신부님을 찾아가서 자랑하였다.

"이 풍금은 하느님의 뜻에 맞는 사람끼리 결혼식을 올리면

 저절로 웨딩마치를 연주할 것입니다."

신부님이 말했다.

"그럼 누구보다도 먼저 당신이 혼배를 하여

 그 기적을 보여주시지요."

젊은이는 당장 그 고장에서 가장 마음도 곱고

얼굴도 고운 색시감을 골랐다.

드디어 그가 결혼식을 올리는 날,

성당에는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젊은이의 가슴은 심히 부풀었다.

’나는 이 세상 제일의 명인이다.

 이제 나와 신부가 입장하면 저 풍금이 저절로 울리겠지.

 그러면 여기 모인 사람들은 모두 놀라서 기절초풍을

 할 것이다.’

그러나 웬일.

신랑 신부가 입장하여도

풍금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있지 않은가.

사람들은 킬킬거리며 교만심 가득 찬 젊은이를 비웃었다.

"얼씨구, 웨딩마치 한번 잘 울리네."

"저런 엉터리 같으니라구, 뭐가 어쩌구 어째?"

젊은이는 풍금이 울리지 않는 것을

자기 탓이 아니라 신부 탓이라고 생각했다.

색시가 부정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여긴 그는 첫날밤도 치르지 않고 자기 고향을 떠났다.

세월이 흘러 그의 머리 위에 서리가 얹히자 그는 문득

색시를 떠올렸다.

그는 서둘러서 고향을 찾아갔다.

그다 고개마루에 이르니 장례행렬이 지나고 있었다.

그는 구경 나온 노파의 푸념을 들었다.

"불쌍한 이같으니라고 ... 그런 고약한 풍금쟁이를

 남편이라고 믿고 기다리다가 죽다니... 쯧쯧."

그는 살며시 상여꾼들 속으로 비집고 들어가서

관을 메었다.

관이 성당 안으로 들어섰을 때였다.

갑자기 풍금이 은은히 울리었다.

그것은 여지껏 사람들이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아름다운

멜로디였다.

그는 관을 안고 제대 앞에 쓰러져서 일어날 줄을 몰랐다.

영원히.

 

  * 진정한 사랑이란 무었일까요?

    저절로 울리는 풍금은 우리 마음 안쪽에 있습니다.

    혹 소리가 들리지는 않나 귀 기울여 보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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