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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좋은 느낌 따뜻한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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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 [KONG-DUK] 쪽지 캡슐

2000-03-13 ㅣ No.604

인형의 꿈...

 

나에게..나에게..그러한 사랑이 있었으니...

지금도 잊지 못하는....

나에게 불멸의 기나긴 아픔을 가져다 주는 그녀...

이젠 그녀와의 추억조차 희미해져 가는데 ..

왜 또..이렇게 가슴깊은곳에서 돋아나는 가시처럼 ..

아파오는지...

  

하나....... 첫만남...

  

그녀를 처음으로 알게된 것은 여름이 지날무렵이었다.

친구들과의 모임자리에서 유난히 수줍어 하고 말이 없던,

얼굴이 우유빛 만큼 뽀얗던 한 소녀를 만나게 되었다.

하늘의 별을 따다가 눈에 박아 놓은 듯한 해맑은 눈빛의 소녀...

항상 말 많은 나에게 미소만을 보낼뿐, 사람들과의 적응이 힘들었엇던지

일찍 자리를 떠났던 미소가 아름다운 소녀.....

그런 소녀가 유난히도 빛이 나는건, 가슴속 깊이 젖어드는건..

왜였을까....

  

  

두울....... 우리는 그렇게 서로에게 한걸음 다가었엇다...

  

모임 다음날...

이른 아침 문득 잠에서 깨었다.

누군가 나를 부르는, 날 깨우는 그러한 느낌에 일어났다.

그리고 난 유난히 말 없이 미소만을 남겨준 그 소녀가 생각났다.

아침에 일어나 어제 일을 회상하면서,

 

 

그녀의 티없이 해맑은 미소만이 머리에 떠 오를뿐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다가 서고 싶었다.

나의 그러한 욕망은 저 깊은 가슴속 밑바닥에서 타오르게 되었다.

"야~ 동관이냐? 너 미연이 호출번호 알아?"

"넌 전화하자 마자, 왜 대뜸 미연이 연락처는 물어보냐?"

"짜샤~ 언능 갈차주기나해~"

"그래~ 근데. 그애 아픔이 많은 애니까~ 조신있게 행동하거라~"

"머? 아픔? 무슨 아픔이냐?"

"그건 지금 전화로 말하기는 그렇고 하여튼

연락처는 012-xxx-xxxx니까~ 잘해봐"

친구와의 전화를 끊고 난 그녀에게 바로 호출을 하였다.

근데...

그녀는 전화가 오지 아니하였다.

온종일 그녀 생각뿐이었다.

’콧대 높은 여자인가보군...훗..’

그날 저녁...바쁜 하루일로 저녁 늦게 들어와 피곤한 몸을 가눌수

없어

일찍 잠이 들었다.

따르르릉~~~ 따르르릉~~ ??

"여보세요?"

"저...늦게 전화해서..죄송해요...이제야 집에 들어왔거든요.."

"미연이니?"

"네..."

훗..반드시 만날 사람은 만나게 된다고 했던가?

그녀는 그날 공연으로 인해 늦게 집에 왔다고 한다.

그녀는 그 당시 어느 모델소속의 학원생으로 있었고

그날은 자기들만의 공연이 있었다 했었다.

우린 그날 밤을 새워 서로에 대해 이야기하고...

 

웃고...

물론 그녀의 웃음소리뿐 말은 내가 다했지만...

항상 그녀의 웃음이 왜 그렇게 따사로운지...

  

  

세엣....... 내 가솜속으로 들어온 비맞은 병아리 한마리...

  

우리는 주말에 만나게 되었다.

첫 데이트인만큼 나는 그녀에게 특별한 남자라는걸 인식시켜주고

싶었다.

그녀와 야외로 나가서 사진도 찍고, 밥도 먹고, 보트도 타고,

항상 그녀에게 웃음을 줄려고 노력했고,

그녀를 위해 노래를 불렀고,

그런 나의 작은 노력을 아는지 그녀는 항상 즐거워 했다.

"오빠...고마와요..정말 오랫만에 웃어보네요.."

"오랫만? 훗..내가 보기엔 미연이는 항상 웃고 잘 지내는거

같은데?"

"그런게 아닌데..."

갑자기 그녀의 얼굴이 회색빛으로 변하였고,

그 해맑던 미소는 어느새 찾아볼수 없엇다.

"오빠..혹시 동관이 오빠한테 저 얘기 못들었어요?"

"무슨얘기?"

  

그녀는... 기나긴 한숨과 함께 지난일을 토로했다..

그녀의 지난 과거를...

그녀는 한 남자를 알게 되었고,

그 남자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왔었다.

남자는 항상 끼가 많은 남자였고, 또 괜찮은 집안의 사람,

호감가는 외형적인 조건의 남자라 한다..근데...

그런 남자에게도 흠은 있었나 보다.

 

 

사랑이란 이름의 폭력...

미연이가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걸 못봐왔었던 것이다.

나중에 동관이를 통해 알게된 사실이지만 늘 멍이 들어있엇다고 한다.

그녀에게 해서는 안될 상처를 입힌 것이었다.

그녀는 그에게 많은 육체적 아픔을 겪었었던 것이었다.

  

저녁놀이 질 무렵...

그녀는 그녀의 지난 일들을 이야기 하면서..

그녀의 볼에는 한없이 눈물이 흘렀다.

저녁놀에 빨갛게 비친 그녀의 얼굴에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그녀의 아픔을 읽을수가 있었던 것이다.

난....내 스스로가 그녀에게 다짐했다.

’널 지켜주리라...다시는 너의 눈에서 눈물이 나지 않게 하리라..’

내 가슴속으로 날아든 비맞은 작은 병아리 하나를 내가

품어주리라..’

그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다가 서고 있었다...

  

  

  

네엣....... ING...

  

우리는 서로에게 다가섰었다.

천천히..소리없이..그렇게....따사로이...

나는 그녀를 위해 무단한 노력을 했었다.

그녀가 하고 싶어하는일은 적극적으로 밀어줬었고,

그녀가 학원일로 늦게 귀가하게 되면 꼬~옥 집까지 데려다 주었고,

항상 손이 차가운 그녀를 위해 내 손을 따뜻히 데워서 따사로이

감싸왔었고,

여름날 더위를 많이 타는 나에게 그녀는 항상 차가운 손수건을

 

 

준비했었고,

여름날 달밤에 비취는 바닷가 방파제에서

그녀를 위한 사랑의 세레나데를 불렀었었지....

또 우린 매일 아침을 전화로 시작해서

밤늦도록 공허한 이야기로 하루를 보냈었고,

그녀가 심심해 할까봐

신문이나 잡지의 유머란에 재미있는 이야기를 외워 그녀에게

들려주었다...

항상 그런 나의 장난끼 어린 이벤트에 그녀는 미소를 보내왔었다...

어느 연인들 처럼..우리는 행복했고..사랑했었다...

겨울이라 그런지 그때의 크리쓰마쓰가 생각난다.

우린 특별한 크리쓰마쓰를 보내기를 원했고

이븟날 아침 기차를 타고 서울을 향했다.

서울 여기 저기를 돌아다녔다.

우리의 존재를 아무도 알지 못하는 곳에서 우린 하나였고,

우리만의 세상이었다.

저녁에 대학로를 갔었다.

갑자기 하늘에선 눈이 오기 시작했었고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크리스마스 캐롤송들....

우린 행복했다.

하늘에선 눈이 내렸고, 노천극장에서 이름 모를 가수가 부르는

’LAST Christmas’를 들으면서 우린 손을 꼬~옥 잡았다.

그때를 생각만해도 행복하다....

나는 그때 다짐했었다.

  

’지금 너의 손을 잡은 이 순간처럼 널 보내지 않으리리.....

널 꼬옥 이렇게 잡고 있으리라..널 지켜주리라..’

  

  

 

 

  

네엣....... 구름속에 가리워진 나의 나날들...

  

행복하기만 한사람들에게 신은 질투를 하시는걸까....

늘 행복하리라 여겨왔던 우리의 나날들...근데...

나에겐 인생의 어려운 일이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었다.

나의 20대에 가장 어려웠던 시기...

가정적인 문제로 인하여 어느 누구와도 교신을 끊고 숨어버렸었다.

미연이에게 조차도......

그러나 그녀는 내 곁을 떠나지 않았엇다.

항상 어렵고 힘들어 하며 방황하는 나를 매일 찾아왔었고,

집에 혼자 있을때에는 제대로 먹지 아니한다고

음식까지 싸들고 오는..그녀..

  

막노동판에 뛰어든 나에게 저녁이면 찾아와 먹을것을 챙겨주고,

아침에 늦지 않게 일을 나갈수 있도록 모닝콜을 해줬었고,

주말에 쉴때면 나를 찾아와

’힘들지~ 오빠~?’ 라고 말하며 어깨를 주물러 주곤했었다..

그러나...

앞날이 너무나 두렵고 힘든 나에게는

그녀의 사랑조차도 나에겐 부담일뿐...

나 자신 하나 추스리지 못하는 나에게 그녀는 짐이라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고 방식을....

난..정말 그녀를 사랑했었다.

그러나..단 한번도 ’사랑해~~’라는 말을 해본적이 없었다.

우리는 그랬었다.

서로를 간절히 원하고 사랑하면서도 ’사랑’이라는 단어보다,

’고마와요..’라는 단어를 더 많이

 

구사했었었다...

그녀를 너무나 사랑했기에 가지고 싶은 욕심조차도

나에겐 하나의 사치라 생각되었다.

그래서....

난 거짓말을 할수 밖에 없었다.

그녀를 떠나보내야 한다는 생각에...그 후의 아픔또한

감수하리라.....

  

  

다섯.......거짓으로..널 떠나보내고....

  

모든 어려운 상황이 이제 혼돈을 지나 결론으로 치닿고 있을때

우리는 미소보다는 의무감에 의해 만나게 되엇고

난...거짓말을 할수 밖에 없엇다.

사실...그녀는...

나에게 어쩜 어울리지 않는 여자라 생각했었다.

좋은 학벌, 재능이 있는 대학생,

어느 남자나 한번쯤 뒤돌아 보게 되는 외형적 조건...

또...상류층의 집안...

그러한 것들이 나에겐 부담이었다.

어느날..그녀를 집에 데려다 주면서..

  

"오빠가 좋아하는 사람 생겼단다~"

(놀란 표정의 그녀...)

"누구예요?"

"음..말해도되? 후후.."

"네..."

"사실은..마랴..너 데려다 주면서 학원에 왔다 갔다 하면서...

우리..저번에 같이 술자리에 만난 너 친구 은주.."

"네?"

"정말요?"

"응~"

"오빠 정말이예요?"

 

 

"응.."

"오빠 정말이냐니까요!?"

"그래!! 정말 은주 좋아해!!"

  

그녀는 정확히 세번을 물어봤었다.

그리고..혼자 걷고 싶다며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엇고,

난 그렇게 그녀의 뒷모습만을 바라 볼수 밖에 없었다.

  

  

여섯....... 인형의 꿈........

  

그후로..몇개월이 흘렀다.

그후론 나도..그녀도 서로에게 연락을 끊고 지냈었다.

나의 어려운 문제들은 차츰차츰 구름이 지나가고

빛이 보이기 시작했엇고

난 ...몇개월만에 미소를 찾을수 있었다.

그때..그녀가 생각났었다..

내가 떠나보냈던 여인...내가 사랑했던 여인...

어렵게 어렵게...그녀에게 연락을 했었다.

  

’미연이니?’

’.........’

’미연이..아니니?’

’맞아...’

’잘..지..냈어..’

’왜 이제 연락하는거야? 나 오빠랑 말하고 싶지 않아~!!!’

  

그런말을 남겨두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너무나 차가왔었다.

예전의 그녀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되돌리기에는 너무나 어려운 상황이란 느낌이 들었다.

난...자신이 없었다.

두려웠다. 너무나도 차갑게 변해버린 그녀의 모든것이..

 

 

그리고 그후론 그녀에게 연락을 할 수 없었다.

술에 취한 밤이면 그녀가 생각났었고,

같이 듣던 노래가 들려오면 그녀 생각에 눈물이 젖어 들었다.

너무나 보고 팠다.

그랬다...

  

그녀에게 마지막 선물을 주고 싶었다.

내가 처음으로 들려줬던 노래가 일기예보의 ’좋아좋아’였다.

마지막으로 그녀를 위해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

그녀를 위해 기타를 배우고 그녀를 위해 노래를 녹음했다

마지막으로 ’인형의 꿈’이란 노래를 불렀고

그리고 그녀의 음성에 마지막 말을 남겼다.

  

’미연아, 오빠가 널 위해 녹음한거야....

항상 한걸음 뒤에는 너가 있었는데..

정말 한걸음 뒤에는 너가 있었는데..이젠 너를 볼수가 없구나...

미연아..행복해..그리고....이제야 말해..널 사랑했어..’

그랬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랑이란 단어를 그녀에게 했었다.

그녀를 떠나 보내야 하는 기나긴 아픔에 젖어 들었다.

그후로 몇달이 지났고,

점점 그녀의 기억이 희미해 져가고 있었다.

물론 기나긴 고통이 동반되었다.

그후론 다른 사람에게 줄 사랑은 남아 있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그녀의 존재를 잊어가고 있을때 쯤이었다..

늦은밤...아마..새벽 두시쯤이었다.

따르르릉~~

따르르릉~~

’여보세요?’

 

 

’오빠?’

’으..응????’

’나야 미연이~!’

’미연이????’

’잘지내 오빠?’

’응..’

  

문득 새벽에 걸려온 그녀의 전화에 반가왔다

그녀는 아주 아주 밝은 목소리였고, 나 또한 너무나 반가움이

넘쳐났었다.

그녀와 다음날 만나게 되었다.

늘 우리가 같이 가던 그 까페...

난 그녀와의 약속 시간 30분 전에 나갔었고,

그녀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 달라고 부탁했엇다.

그리고 그녀가 좋아하는 커피향을 시켜놓고

그녀가 좋아하는 표정으로 신문을 보고 있었다.

그녀가 왔다...

내 사랑이...

’안냥 오빠~’

이렇게 말하며 들어오는 그녀는 너무나 다른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너무나 성숙해져버린.

조용하고 차분한 그녀의 모습은 변하였고,

길었던 머리마져 짧은 쇼커트로 변했었다.키도 더 커버린거 같은 느낌....

’오랜만에 봐서 그런걸꺼야..아무것도 변한게 없어..’라고 하며

내자신을 위로 했지만, 말투조차 변해버린 그녀를 감당하기 힘들었다.

기나긴 지난일에 대한 이야기...

살아가는 평범한 이야기...

누구 누구 시집 장가 갔더라..이런 얘기..

우리의 추억 이야기....

그 끝에 나오는 그녀의 한마디...

  

 

 

’그땐 왜 그렇게 오빠가 좋았는지..후후..오빠 연락 안해서 나 미웠지?

나 좋은 사람 생겼다.후후..’

  

그랬다...그녀에게 나 없는 시간은 또 다른 반쪽이 채워지고 있었다.

굳어버린 내 마음과 표정은 이제 더 이상 밝아질수 없어서

나는 그녀와 짧은 인사를 뒤로 하고 까페를 나왔다.

혼자 길을 걸었다.

하늘은 맑았다.

앞이 흐려보였다....그랬다...눈에서 그것이 흘러나왔다...

그 눈물은...그때의 사랑을 지키지 못한 내 자신에 대한 미움의 눈물이요,

그녀를 잃어버린 안타까움의 눈물이요,

이제 되돌릴수 없는 현실의 아픔에 대한 눈물이요,

너무나 사랑한 여인이 다른이의 여인이 되 버린 안타까움의 눈물이었다....

  

  

일곱.. 잠들지 않는 그리움.....

  

그후로 그녀를 다시는 볼수 없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많은 사랑을 줘 버려서 인지

어느 누구에게도 진정한 사랑을 주지 아니하였다.

누군가 그러더군. 한사람에게 많은 사랑을 주지 말라고....

다음 사람을 위해 사랑을 아끼라고...

나는 그녀에게 너무나 많을 사랑을 줘 버려서인지

어느 누구도 받아 들이지 못하는가보다...

내나이 스물하고도 여섯을 맞이하는 이때....

난..많은 것을 잃어가지만

그중에서 가장 소중한 미연이란 한 여인을 잃어버린게 가장

 

 

아픔일뿐이다.

그녀와 같이 걷던 거리,

그녀와 함께 봤던 영화,

그녀와 같이 부르던 아름다운 사랑의 세레나데,

그녀와 같이 먹던 길거리의 매운 떡볶기,

그녀와 늘 같이 가던 째즈빠의 마음씨 좋은 아저씨,

그녀와 함께 즐겼던 베스킨 라빈스의 체리 쥬벨레,

그녀와 같이 바라보던 그 밤바다의 달빛,

그녀와 같이 거닐던 아침의 깨끗했던 바닷가,

그녀와 함께 마시던 헤즐럿의 향기

이 모든게 그대로인데 지금 내곁에는 그녀가

없다는게...아픔이리니...

이젠 그녀에게 그녀에게 세번째인 그 사람이

그녀의 사랑을 지켜주고 보다 많은 사랑과 보다 따뜻함으로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기를....진실로..그녀를 위해....그녀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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