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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마음을 지니고 싶다(예수성심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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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종 [sjjbernardo] 쪽지 캡슐

2001-06-22 ㅣ No.6997

 

 

2001, 6, 22  예수 성심 대축일 복음 묵상

 

 

루가 15,3-7 (잃은 양을 되찾고 기뻐하는 목자의 비유)

 

(예수께서)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율사들을 향해 이야기하시어 이 비유를 말씀하셨다. "여러분 가운데 어느 누가 양 백 마리를 갖고 있다가 그 가운데 하나를 잃었다면, 아흔 아홉 마리를 광야에 놓아둔 채 잃은 것을 되찾을 때까지 (찾아) 나서지 않겠습니까? 그러다가 되찾으면 기뻐서 자기 어깨에 메고 집으로 가서 친구들과 이웃들을 불러모으고 '나와 함께 기뻐해 주십시오. 여러분에게 말하거니와, 이와같이 회개가 필요없는 의인들 아흔 아홉보다 회개하는 죄인 하나를 두고 하늘에서 기쁨이 있을 것입니다."

 

 

<묵상>

 

사제로서 살아가면서 이런 저런 공식, 비공식 사제 모임을 자주 갖습니다. 어제는 공식도 아니고 비공식도 아닌 어떤 사제 모임에 다녀왔습니다. 가난하고 소외된 청년들, 노동하는 청년들, 어떠한 이유에서든 사회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는 청년들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사목적인 연대를 추구하는 젊은 사제들의 모임이 그것입니다. 아주 적은 모임이지만, 한 달에 한 번 정도 갖는 이 모임에서 많은 것을 얻습니다.

 

이 모임을 작년 11월부터 시작했으니까 이제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힐만도 한데, 모임이 거듭되고, 수많은 논의를 거치면서도 공전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어제도 그랬습니다. 그렇다고 비관적인 것 만은 아닙니다. 성령께서 우리 안에 맺어주실 결실을 희망하면서 서로에게 자극이 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모임에 함께 하는 사제들은 의미를 찾습니다.

 

이 모임에 참석할 때마다 두 가지의 느낌을 가지게 됩니다.

 

하나는 '막막함, 답답함'입니다. 이 모임을 통해서 무엇을 하고자 하는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가난하고 소외된 청년들이란 누구인가? 어떻게 그들에게 다가갈 것인가? 그들에게 다가가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고민을 나누고 논의를 더해갈수록 더욱 혼돈에 빠지고 그런만큼 이 막막함과 답답함은 더해 갑니다.

 

다른 하나는 '가슴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뜨거운 열정'입니다. 주어진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끊이없이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면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찾아가 그들과 함께 하려는 열정이 아직도 식지 않았음을 서로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기에 막막함과 답답함을 뛰어넘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내일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열정을 지닐 수 있는 것이 제게는 커다란 주님의 은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결코 장담할 수는 없지만 말입니다.

 

부족하고 보잘것없는 사람이지만 예수 성심을 지닐 수 있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는 오늘, 어제의 모임을 떠올리면서,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 잃어버린 양 한 마리를 찾아나서는 목자의 간절한 마음과 힘겨운 몸짓을 생각합니다. 잃은 양을 찾은 기쁨보다 잃은 양을 찾아 험난한 길을 떠나는 고통이 왠지 더욱 가슴 깊이 파고 듭니다. 이 고통이 있기에 기쁨이 따른다는 진리를 새삼 깨닫습니다.

 

오늘은 자신을 찾아 주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바라는 이웃들을 둘러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향해 한걸음 나아가고 싶습니다. 비록 지금의 편안함과 만족스러움을 포기해야 할지라도 두려움 없이 나아가고 싶습니다. 이것이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의 사랑의 마음, 뜨거운 마음을 제 안에 담아 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주님! 제 안에 당신의 마음 불어 넣어 주시어 언제까지나 당신을 따르게 하소서. 아멘.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 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가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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