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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받아 떠나는 길에서(연중 25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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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종 [sjjbernardo] 쪽지 캡슐

2001-09-26 ㅣ No.7444

 

 

2001, 9, 26  연중 제25주간 수요일 복음 묵상

 

 

루가 9,1-6 (열두 제자를 파견하시다)

 

열두 (제자)를 불러모으시고, 온갖 귀신들을 (내쫓고) 병을 고치는 능력과 권능을 그들에게 주셨다. 그리고 그들을 파견하시어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고 [병약한 이들을] 낫우게 하셨다. 아울러 그들을 향하여 말씀하셨다.

 

"길을 떠날 때에 아무 것도 갖고 가지 마시오. 지팡이도 자루도 빵도 돈도 그리고 속옷도 두 벌을 지니고 가지 마시오.

 

어느 집에 들어가든지 거기 머물러 있다가 거기서 떠나도록 하시오. 그리고 누구든지 여러분을 받아들이지 않거든 그 도시에서 떠나가며 여러분의 발에서 먼지를 털어 그들을 거스르는 증거가 되게 하시오."

 

그러자 그들은 떠나가서 마을마다 돌아다니며 복음을 전하고 어디서나 치료를 해주었다.

 

 

<묵상>

 

 

예수님께서 흩어져 있던 사람들을 당신께로 모으십니다.

하느님의 권능을 주어 세상에 보내기 위함입니다.

하느님을 잊고 지내던 사람들에게 다시금 믿음을 불러일으켜 아름다운 세상,

하느님 나라를 세우시기 위함입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의 사람들을 세상에 보내십니다.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라고, 병자를 고쳐주라고 보내십니다.

 

하느님 나라는 지금 이 곳에서 시작되어 마침내 다가올 마지막 날 완성될 나라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현재를 포함하지만, 현재를 넘어서 미래를 향해 열려있는 나라입니다.

 

병자는 아픈 사람입니다.

육신이, 마음이 아픈 사람입니다.

자신 때문에, 사람 때문에, 사회 때문에 아픈 사람입니다.

어제가 아닌 오늘, 내일이 아닌 오늘 이 시간 아픈 사람입니다.

바로 지금 아픔으로부터 벗어나고픈 사람입니다.

바로 지금 아픔으로부터 구해줄 손길을 기다리는 사람입니다.

 

하느님 나라의 선포는 현실적 세계를 포함하면서 초월적이고 궁극적인 구원을 말합니다.

병자의 치유는 현실안에서의 고통의 극복, 해방, 자유를 말합니다.

하느님 나라의 선포 그리고 병자의 치유

예수님의 파견을 받은 이들이 함께 짊어지고 가야 할 사명입니다.

개인의 취향이나 선호도에 따라 취사선택할 수 있는 무엇이 아닙니다.

 

예수 운동, 그리스도인의 사회 참여는 여타의 사회운동과는 다릅니다.

철저히 현실을 바닥에 깔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현실을 초극하기 때문입니다.

현실 개혁과 궁극적인 구원이 하나로 어우러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믿는 이들은 하느님 나라를 일구는 운동가입니다.

믿는 이들은 복음에 바탕을 둔 사회운동가입니다.

 

운동가로서 믿는 이들에게 요구되는 세 가지의 자세가 있습니다.

 

"길을 떠날 때 아무 것도 지니지 마라."

믿는 이들은 자신의 능력이나 물질적 기반에서 힘을 얻지 않습니다.

믿는 이들의 힘은 하느님입니다.

자신의 능력, 물질적 기반에 의지할 때,

그리스도인으로서 수행하는 운동은 퇴색하고 맙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하느님 나라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복음이 아니라,

자신의 나라, 자신의 복음을 떠들게 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이 계시기에, 하느님께 대한 믿음이 있기에,

기꺼이 빈손으로 길을 떠나는 것이 믿는 이들의 자세입니다.

 

"그곳을 떠날 때까지 머물러 있어라."

믿는 이들은 지금 주어진 것에 충실합니다.

지나간 사람, 일에 머뭇거리거나 희미한 미래를 공상하며 현재를 소홀히 하지 않습니다.

지금의 구체적 현실에 머물러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것이 믿는 이들의 자세입니다.

 

"받아들이지 않거든 떠나라."

믿는 이들은 반하느님적인 무엇, 비복음적인 무엇과 타협하지 않습니다.

함께 해서는 안되는 세력들과 적당히 타협하지 않습니다.

과감한 단절이 있을 뿐입니다.

현실 안에 살아가면서도,

결코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결단이 믿는 이들의 자세입니다.

 

예수님의 부르심을 받고 현실 안으로 파견된 믿는 이의 한 사람으로서

믿음을 무기로 삼아

지금 주어진 사명에 철저히

복음을 거스르는 시대의 흐름에 적당히 타협하지 않으면서

신앙의 길을 쉼없이 걸어가고자 합니다.

 

[ 참으로 오랫만입니다. 뒤늦은 휴가와 보좌 신부 연수 때문에, 복음 묵상을 올리는데 소홀했습니다. 마음을 좀 더 굳게 먹었더라면 지난 2주 동안 매일은 아니라 하더라도 틈틈이 올릴 수 있었을텐데... 죄송합니다. 오늘부터 다시 시작하렵니다. 10월에 있을 사제 연례 피정 때에는 할 수 없지만, 가능하면 매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랫만에 복음 묵상을 올리려고 하니까 묵상한 것들이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네요. 그래서 우선 시작하는 마음으로 오늘은 작년 오늘 올렸던 묵상글을 올립니다. 이처럼 부지런하지 못한 점 또한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기를 바라며, 송구스러운 마음으로 이렇게나마 다시 시작합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 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가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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