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사랑의 퍼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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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훈 [p0o9i8] 쪽지 캡슐

2003-10-11 ㅣ No.5431

 

한국은행 대구 경북본부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남루한 차림의 60대 노부부가 쭈뼛대며 창구로 들어섰습니다.

부부가 창구직원에게 내민 것은 통장도, 도장도 아닌 검은 비닐봉지였습니다.

남편은 비닐봉지를 내보이며 말했습니다.

"저... 이기 좀 바꽈 주이소."

"이게 뭔데요?"

"그... 게...."

할아버지는 머뭇거렸습니다.

봉지 안에는 갈기갈기 찢어진 지폐조각이 가득 들어 있었습니다.

"어머, 돈을 어쩌다 이랬지?"

돈을 손에 쥐고 있던 여자직원이 깜짝 놀라며 남자직원에게 물었습니다.

"뭐야, 돈 아냐?"

사연인즉, 정신지체장애자인 부인이 만 원권 지폐를 돈인줄 모르고 갈갈이 찢었다는 것입니다.

"아니? 와이라노? 에휴,...."

공공근로사업을 나가 근근히 벌어 모았다는 돈.

부부는 그것이 전재산이나 마찬가지라며 교환해줄 것을 간곡히 당부했습니다.

"어떡하지?"

"글쎄... 나 참.."

자칫 화폐훼손죄로 처벌을 받게 될 수도 있는 일이었습니다.

직원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달려들어 그 지폐 조각을 펼쳐놓고 퍼즐 맞추기에 들어갔습니다.

"이거다 이거, 딱 들어맞네."

"자, 만 원짜리 완성이요!"

규정상 휴지나 다름없는 조각들 그대로를 돈으로 교환해줄 수는 없었습니다. 돌아가며 밤샘까지 하기를 사흘.

전직원이 나서다시피한 사랑의 퍼즐맞추기 결과, 제대로 귀 맞는 만 원짜리가 일흔 석 장 그리고 반 쪽짜리가 한 장이었습니다.

모두 73만 5천원이 가난한 노부부의 손으로 되돌아 갔습니다.

"고맙심더... 고맙심더..."

할아버지는 허리를 굽혀 인사했습니다.

"헤헤.. 호호 뭘요."

세상 그 어떤 돈보다 값지고 따뜻한 돈.

은행직원들은 뿌듯한 행복감을 시간외 수당으로 받은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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