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편지 |
---|
10년 전, 작은 시골학교 교사로 있을 때였습니다. 토요일 오후, 학교에서 당직 근무 때문에 혼자 교무실에 남아 있던 내게 아주머니가 찾아왔습니다. "선상님 안녕하셔유?" 그리곤 불쑥 편지 한 장을 내밀었습니다. 군 부대로 뛰우는 편지였습니다. "그게... 민석이 말이에요. 하사관이 대놓고 미워해서 맘고생이 이만저만 아닐겁니다." 아들과 함께 군대에 간 친구 녀석이 휴가를 마치고 집으로 다녀가는 길에 속없이 흘린 말 한마디 때문에 가슴에 못처럼 박혔다고 어머니는 말씀하셨습니다. 일주일을 괴로워하며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가 용기를 내어 아들이 아닌 하사관에게 편지를 쓰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선상님, 내사 워낙 배운 게 없어서리 반듯하게 고쳐 써서 좀 붙여 주셔유. 부탁 좀 드리겠구만요." 아주머니가 돌아간 후, 나는 편지를 찬찬히 읽어 보았습니다. 빼뚤빼뚤한 글씨 그리고 참 알아보기 어려운 글자였지만 언뜻 보아도 한 자 한 자 힘들여 쓴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그분의 나무토막같이 굳은 손을 잡고 약속을 했건만, 나는 편지의 내용을 단 한 글자도 고쳐 쓸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을까..... 그 아주머니가 다시 찾아왔습니다. "편지를 월매나 고쳤길대, 암튼 이기 다 선상님 덕분여요. 이건 내가 농사져서 짠겅께 고소할 것이요." "아 아뇨, 이러시면 안됩니다." 멋지게 고쳐서 보낸 편지 덕분에 아들과 하사관의 사이가 좋아졌다며 기뻐하던 그분은 끝내 참기름 한 병을 내 손에 쥐어주고 날아갈 듯 가벼운 걸음으로 걸어 나가셨습니다.
"하사관 선상님, 지는 암껏도 모리는 촌부지만 얼매나 고생하신 지는 잘 알고 있어라. 우리 아가.... 말을 더듬어서 쪼매 답답할티지만 이 에미를 봐서....."
그 편지에는 비록 서툴고 맞춤법은 수없이 틀렸어도 어머니의 걱정과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