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잊을 수 없는 플래카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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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아기가 막 돌을 지날 무렵의 일입니다. 만년직업군인인 나는 군대 훈련장에서 다리를 크게 다쳐 수술을 해야 했습니다. 다행히 수술경과도 좋고 회복도 빨랐지만 아내에겐 남편의 사고 소식이 청천벽력이었던 모양입니다. "여보. 어떻게 된거야?" "호들갑떨 거 없어.. 다 나아가니까. 으차. 우리 아들 왔어?" 아이를 들쳐 업고 달려온 아내는 연신 눈물만 훔치다가 아무 일 없을 거라는 말에 병실을 나섰습니다. 한참 뒤 지금쯤은 갔겠지 하고 창밖을 내다보았더니, 아내가 병실 모퉁이에 서서 혹시라도 한 번 더 볼 수 있을까 고개를 늘여빼고 서 있었습니다. "아니 저 사람이....!" 남편을 차디찬 병실에 두고 돌아가려니 차마 발길이 떨어지질 않았던 것입니다. 며칠 뒤 튀원을 하는 날이었습니다. 나는 덥수룩한 수염을 깎고 목발을 짚은 해 아내가 나와 있기로 한 버스터미널로 나갔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아내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상하다, 늦을 사람이 아닌데...!" 잘못봤나 싶어서 터미널을 한 바퀴 다시 도는데 대합실 한귀퉁이에서 낯익은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터미널 모서리 기둥에 기댄 채 졸고 있는 모자. 아내와 돌배기 아들이었습니다. 늦지 않으려고 새벽차를 타고 와 기다리다 깜빡 잠이 들었나 봅니다. ’정광식 우리 아빠 파이팅!’ 시골집 벽에 붙어 있던 철 지난 달력을 오려 만든 환영 플래카드였습니다.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나는 목발을 던지고 다가가 졸던 아내가 놀라 깰만큼 와락 두 사람을 끌어안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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