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주근깨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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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훈 [p0o9i8] 쪽지 캡슐

2003-10-18 ㅣ No.5452

 

우리집은 다가구 한옥입니다.

안채엔 금실 좋은 노부부, 아랫방엔 정식이네 세 식구, 문간방엔 용진네 네 식구, 그리고 별채엔 우리 세 식구, 모두 열두 식구가 한지붕 아래 살고 있습니다.

일요일이면 그야말로 북적북적, 남자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나와 마당을 서성이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뒤엉겨 노느라 정신 없고... 온 집안이 잔칫날처럼 분주합니다.

그 북새통에도 큰 다툼이 없는 게 다행이다 싶은데 그날은 용진 엄마가 심사를 긁었습니다.

"어머머머 주근깨좀 봐. 자기 그 주근깨 좀 관리해."

안그래도 늘어나는 주근깨 때문에 속이 상해 죽을 맛인데... 나는 화가 났습니다.

"나참, 내 주근깨가 자기한테 밥달래 돈달래?"

화를 참지 못해 한마디 톡 쏘아붙이고는 자리를 피했고 무슨 일인가 싶어 남편이 따라 들어왔습니다.

얼굴의 주근깨가 미운건지 용진 엄마가 미운건지, 거울 앞에서 울그락불그락 화를 삭이지 못하자 남편이 물었습니다.

"와? 또 누가 당신 얼굴 갖고 뭐라카드나?"

"용진 엄마가 날더러 주근깨 여왕이랍디다. 아이고, 그래도 이 얼굴에 찍어 바를 거 하나 살 수가 있나, 원...."

내 속없는 핀잔에 피식 웃던 남편이 거울 속으로 들어와 말했습니다.

"내 눈에 이쁘면 됐다. 용진 엄마야 참 이상한 사람이네. 지한테 없으니까 샘나서 그런 거 아이가?"

"으 음... 뭐라구?"

"혹시 그 아지매가 주근때 하나 꿔달라캐도 절대로 꿔주믄 안된다. 알았제?"

남편의 그 말에 나는 배꼽이 빠져라 웃고 또 웃었습니다.

내 얼굴의 주근깨조차 사람스럽다고 말해 주는 남편.

남편의 그 사랑이야말로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힘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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