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동성당 게시판

제야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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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정 [consola] 쪽지 캡슐

2004-01-01 ㅣ No.8999

 

 

책 읽다가 좋았던 구절 옮겨놓습니다.

 

 

 

 

지난 365일을 돌이켜 생각하오니 죄송한 일, 후회되는 일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생각의 물결 중에 가장 크게 세차게 밀려드는 것은 역시 감사의 念(염)이올시다 찬송의 고동올시다.

 

시종여일하게 不敏(불민)하고 게으르고 진실치 못한 이 죄인에게 대해서도 주 예수여, 당신은 시종일관으로 은혜로써 입히셨고, 충성으로써 대접해 주셨습니다.

 

주 야훼여, 당신이 거룩하다 하시오나 어째 거룩하시며, 어떻게 거룩하신 것을 알지 못했사옵더니 이제 겨우 깨달았습니다. 당신의 ‘거룩’을. 지금부터 이 죄인도 신발을 벗고 서겠습니다. 계시되 안계신 것 같고, 보시되 안보시는 것 같고, 알으시되 모르시는 듯 보이는 주야훼여, 이 죄인에게 만입이 있으면 그 입 다 가지고 찬송하오리다.

 

주 예수여 당신이 이 사특하고 용렬한 죄인의 기도에도 응답해 주시었으니 지금 이 자리에서 성취된 소원의 하나하나를 생각할 수록 ‘아 분에 넘쳤도다’라는 결론밖에 없습니다.과연 ‘나의 잔이 넘쳤’나이다. 지난 일년을 돌아볼 수록 ‘어쩌면 주 예수께서는 그렇게도 귀 무르신고, 그다지도 눈 어두우셨던고...’ 하면서 당신을 업신여길 지경이로소이다. 아아. 내가 무엇이관대 이처럼 후하게 관대하게 대접하셨던고, 분에 넘친다. 분에 넘친다.

 

그러나 주 예수여. 내가 드려야 할 금년도의 최대의 감사는 이미 성취된 기원을 위해서라기보다 불성취된 소원 却下(각하)된 기도를 위해서인 것을 당신은 잘 살피실 줄 믿습니다. 성취된 기원을 위한 감사도 아시아 대륙보다 적지 않습니다마는 불성취된 소원을 위한 것은 실로 태평양보다 더 큰 것이 있습니다.

 

이 죄인은 과연 어떤 것을 기구(祈求)할 것인지도 분별치 못하는 몽매한 것이었습니다. 당신은 주시는 것을 아끼지 않으시고 그저 마구 주셨거니와, 주시지 않을 것은 단정코 거절하셨습니다. 그리하여 이 죄인으로 하여금 감겼던 눈을 다시 뜨게 하시어서 당신의 실재(實在)를 손수 만지듯이 인식케 하시고 당신의 사랑이란 세상의 통상 사랑과 같지 않은 것을 알아 감사케 하셨습니다.

 

오는 일년도 기도의 응불응(應不應)을 논치 말게 하옵소서. 응답치 않는 듯이 보이는 기원이 최선으로 응답된 것을 보았기 때문이올시다. 그러나 인간이 무엇이어서 이렇게까지 관심하시나이까?  너무 큰 사랑... 제야의 영시 반에.  (1941년 2월)

 

 

출처; 김교신 전집2 신앙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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