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암동성당 게시판

어느 <50대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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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교 [ShinPaulus] 쪽지 캡슐

2003-05-19 ㅣ No.2633

그는 20년전 내가 일하던 작은 부서의 과장이었습니다.

나이는 나보다 두 살 위였고, 당시에 주임이던 나에게는 직속상사였죠.

그는 한마디로 온 몸이 ’투지의 결정체’같은 사람이었습니다.

일에 대한 의욕, 승진에 대한 의욕, 보다 더 ’화끈하게’ 인생을 즐기기 위한 의욕 등 등...

 

그러자니 항상 많은양의 ’실탄’이 필요했겠지만, 나는 그의 탄창을 제대로 채워 주질 못했습니다.

그럴 수 밖에요. 그때나 지금이나 성당에서 ’화답송’잘 부르는 것을 삶의 보람(?)쯤으로 여기고 살았으니 쯧쯧..^^

한마디로 무능한 부하직원에 불과했던 나는 그로부터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았었죠.

 

세월은 흘러 20년 동안 그는 줄곧 승승장구 했습니다.

’화끈한 경상도 싸나이’였던 그는 드디어 한국전력공사 경남지사장이라는 화려한 직함을 달고 금의환향 하였습니다.

나도 이제는 과거 힘들었던 시절의 기억들은 젊은 시절의 추억이 되었기에 그에 대한 서운한 감정 따위는 사라진지 오래이고, 이제는 지체가 높아 한번 만나기도 어려운 처지가 된 그가 갑작스레 어제 저녁 T.V 뉴스에 나타났습니다.

 

"창원에서 열린 시민 마라톤 대회에서 50대 직장인 사망..."

 

충격과 허무, 애증이 교차했습니다.

아무런 준비없이 떠난 그가 참으로 안됐습니다.

가슴을 움켜쥐고 쓰러져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그 짧은 순간 그는 무엇을 생각했을까요.

 

하느님께서 주신 고귀한 생명..

우린 최선을 다하여 인생을 살아야 하겠지만

삶이 중요한 만큼 ’죽음을 위한 준비’도 중요하다는 교훈을 일깨우고 그는 떠났습니다.

 

<또 한사람의 50대 직장인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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