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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시기를 맞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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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규 [marco1998] 쪽지 캡슐

2012-12-08 ㅣ No.7632

 

 

    대림시기를 맞으면서..... 우리는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그분을 기다리고 얼마 후에는 그분이 오셨다고 기뻐한다. 우리는 그렇게 이 일을 해마다 반복하고 있다. 언제까지 우리는 이 일을 상투적으로 반복해야 하는가? 요한은 말한다. 그분은 우리 가운데 ‘모르는 분’으로 와 서계신다.(요한 1, 26) ‘모르는 분’, 우리가 몰라보는 분, 그런데 요한은 그분을 알아본다.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리기에도 합당하지 않다.”(요한 1, 27) 그분은 우리 가운데 와 내 앞에 서 계시지만 내가 그분을 몰라 뵌다면 요한처럼 내가 모르는 사람, 나에게 낯이 선 사람에게 몸을 굽혀 신발 끈을 풀어 드릴 준비가 안돼서이다. 내가 지금 그분을 알아 뵙지 못한다면 내가 아는 분에게는 몸을 굽혀도 모르는 이에게는 몸을 굽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는 사람에게는 정을 베풀지만 모르는 사람에게는 철저히 배타적이기 때문이다. 같은 고향 사람, 같은 민족에게는 마음을 열어 영접하지만 타향인,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마음을 닫고 차갑게 굴기 때문이다. 같은 신앙인은 형제자매로 받아들이지만 신앙이 다른 사람이나 나보다 덜 열심한 사람은 이방인으로 냉담자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는 가난한 이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마음이 부서진 이들을 싸매어 주지 못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갇힌 이들에게 석방을 선포하지 못하고 슬퍼하는 이들을 위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이사 61,1) 우리가 지금 기다린다면 모르는 분, 낯선 존재에게 몸을 굽힐 날이 내게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사막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자만이 구유에 눕혀 있는 아기, 십자가에 달린 사람 아닌 얼굴, 모르는 분, 낯선 얼굴에게 몸을 굽혀 조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분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민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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