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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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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빈 [binisb] 쪽지 캡슐

2000-02-25 ㅣ No.648

꿈을 꾸었다.

그동안 마음속에서 나도 모르게 가족의 일원에서 제껴두었던 오빠의 꿈이었다.

3년이 더 되었을까?  오빠가 지방에서 생활한지..

일년에 두세번 집에 오면 겨우 얼굴을 볼 수 있을 뿐이고, 전화를 받아도 오빠는 부모님을 바꿔달라는 말뿐이고 또 나는 알았어. 하고 대꾸할뿐이다.

형제라곤 오빠와 나 둘뿐인데 그동안 잘지냈냐는 인사한번 건네지 못했었고, 내가 먼저 전화를 해본적은 한번도 없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것일까?

 

내 기억속에 오빠는 늘 다정다감했다.

새학기가 되면 매번 공책,볼펜, 향기나는 샤프심까지 준비해서 주곤했고,

아빠와 목욕탕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치킨이나 햄버거라도 사오게 될땐 고기를 먹지 못하는 나를 위해 붕어빵이나 군고구마 같은 군것질거리를 식지않도록 가슴에 품어가지고 오곤했다.

또, 너무 예뻐서 먹기조차 아까운 쿠키를 사다가 친구들과 나눠먹으라며 책가방에 넣어주기도 했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나 스타에 대한 정보나 사진, 악보등을 얻어주고, 더 오래전엔 밥위에 반찬도 올려주었던 기억이 있다.

 

내가 오빠에게 뭔가를 해준기억은 하나도 없다.  그저 받기만 했던것 같다.

 

그런 오빠에게 난 참 못된 동생이었다. 둘이 싸우기라도 하면 고집이 세서 한달이 넘도록 말한마디 안할정도였고, 늘 속으론 싸움도 잘하고 남자다운 오빠를 갖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생각해보면, 유년시절에 관한 특별한 기억이 별로 없는 내게 그래도 추억이었다고 생각되는 일들엔 언제나 오빠가 함께 있다.

 

친구와 둘이서 쵸코파이며 과자를 차려놓고 촛불을 켜고 풍선을 매달아 깜짝파티를 해준일.

함께 심부름을 가다가 먼저 뛰어가서 어딘가 골목에 숨어 놀래키던일.

’드래곤볼’이라는 만화책을 부모님 몰래 창문으로 들여와 보던일.

매일밤 이문세의 별밤을 들으며 좋은 노래를 녹음하던일.

어버이날의 선물로 노래와 인사말을 녹음하며 마이크 시험중을 외치던일 등등...

 

오늘아침에 꾼 꿈을 통해 오빠에게 미안하단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그리고 눈물이 나도록 보고 싶다.

 

오랜시간 얼마나 외로웠을까?

 

오빠에게 오늘은 전화를 걸어야겠다. 아직 핸드폰번호가 몇번인지도 모르는 동생이지만..

 

많이 보고 싶다고..   꼭 말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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