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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수난과 부활에 어떻게 동참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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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규 [marco1998] 쪽지 캡슐

2011-04-24 ㅣ No.7390

 주님의 수난과 부활에 어떻게 동참합니까?

신학교에서 어느 교수 신부님이 자기 차례가 되어 성주간 강론을 하게 되었습니다.

성 금요일이 되어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못 박히시고 죽으신 것을 묵상하는 시간에,


"여러분, 슬프십니까? 아니면 슬픈 척 하시는 것입니까? 왜 슬프십니까?"


성금요일이니까, 예수님께서 돌아가셨으니까 당연히 슬퍼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어떻게든 슬퍼지려고 애를 쓰는 신학생들에게 던진 하나의 화두였습니다.


그리고 부활 성야 미사 때 또 그 신부님께서 강론을 하셨습니다.


"여러분, 기쁘십니까? 아니면 기쁜 척 하시는 것입니까? 왜 기쁘십니까?"


역시 예수님께서 부활하셨으니깐 당연히 기뻐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어떻게든 기뻐하려고 애를 쓰는 신학생들에게 던진 또 하나의 일침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가 피리를 불어도 너희는 춤추지 않았고 우리가 곡을 하여도 가슴을 치지 않았다."하고 말씀하셨습니다.


무슨 의미이겠습니까?

사람들에게 혼인잔치 놀이를 하자고 해도 어울려 놀지도 못하고,

장례식 놀이를 하자고 해도 어울려서 곡을 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입니다.


예수님 시대에 많은 군중들이 예수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그분이 왜 그렇게 먹고 마시며 어울리고 그렇게 기뻐하는지 공감할 수 없었던 것처럼

우리도 때로는 예수님의 기쁨에 동참하지 못하고 슬픔과 고통에도 동참하지 못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그냥 어떻게든 흉내라도 내어보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며, 어떻게 해야 동참할 수 있겠습니까?


이해하다는 말을 영어로 하면 "understand"라고 합니다.

이 단어는 "under"에서 "stand"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내가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면 내 자리에 가만히 서서 그 사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입장에 서서 혹은 그 사람 밑으로 내려가서 서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이해하기 위해 어떻게든 애를 쓰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그 사람 밑에서 서 있기만 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일들을 이해하고 예수님의 마음을 느끼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내 입장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그분의 입장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리고 무언가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분의 삶 속으로,

그분 밑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해야 합니다.


그러니 첫 번째는 들어야 합니다. 말씀을 들어야 합니다.

자주 성서를 읽고, 자주 성서를 들어야 합니다.

그분의 말씀을 듣지 않는 이상 그분을 이해할 수도 없고,

그분의 마음을 헤아릴 수도 없습니다.


두 번째는 성모님처럼 곰곰이 가슴속에 새겨야 합니다.

성모님께서도 이해할 수 없고, 신비로만 감추어진 것이 있을 때면

가슴 속에 묻어서 간직하셨다고 합니다.

천사가 나타나 "은총을 가득히 받은 이여, 기뻐하여라."고 인사할 때도

무슨 뜻일까 이해가 되지 않으니 곰곰이 생각하였다고 합니다.

 예수님을 성전에서 다시 찾고 나서

"너를 잃어버려서 엄마, 아빠가 얼마나 애를 태웠는지 모른다" 하였을 때

 예수님은 

"왜, 나를 찾으셨습니까? 나는 내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줄을 모르셨습니까?"라고 말하자,

이것의 뜻을 잘 몰랐지만 마음속에 간직하였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성모님은 예수님을 키우면서 얼마나 이해되지 않았던 날들이 많았겠습니까?

심지어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실 때

인간으로서 이해하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못한 것들이 얼마나 많았겠습니까?

바로 이것을 마음속에 간직하면서 두고두고 되새김질하시면서

그분은 예수님과 온전히 일치하셨던 것입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과 함께 기뻐하고, 예수님과 함께 슬퍼하기 위해서는

그분의 말씀을 "듣고", 가슴에 "새겨야"합니다.

- 송현 마태오 신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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