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릉동성당 게시판

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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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기숙 [mam] 쪽지 캡슐

1999-12-22 ㅣ No.2662

지나간 아름다운 날들이 있었습니다.

곱게 간직해야할 많은 사람들, 안타까웠던 일들, 그 사이를 지나치던 바람, 그리고 그 사이에 있었던 아름다운 나를 생각합니다.

 

 바이올린 선율이 너무나도 애잔했던 그 노랫말 - 하얀 종이위에 곱게 써내려간 너의 진실 -, 아침 이슬,하얀 손수건, 사랑의 썰물, 그저 바라볼 수만 있어도, 산울림의 청춘,

 

 오랜만에, 학기가 다 끝나가는 이 한가로운 시간에 지나간 시간을 다시 찾아가며 그 아름다운 날들을 찾아내고 있습니다. 함께 했던 그 많은 사람들, 그 많은 일들 , 그 아름다운 시간들을 어찌 잊을까요?

 

 70년대, 시대의 안타까움이 우리의 젊음 속에 깊이 파고들어 힘겨웠던 날들이었습니다.

개나리가 흐드러진 안암골 고려대학 정문 앞에는 탱크가 서 있었습니다. 그 아름답고 처절했던 시간이 바로 우리의 젊은 날이었습니다.  교정에 가득한 찬란한 봄기운이 다 가신 뒤에야 학교에 발을 들여 놓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아름다운 나의 날들을 왜 잊고 살았는지, 왜 마음 한쪽에 묻혀 두고 살았는지 생각해봅니다. 이제 문득 그때 들었던 그냥 언제나 내 젊음 속에 함께 있었던 그 노래들을 들으면서 하나도 남김없이 그대로 남아 있는 그 아름다움을 다시 바라봅니다.

 

 그 아름다운 젊음이 있어 지금의 내가 있습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가 아름다운 시절, 그것은 젊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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