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성당 장년게시판

지란지교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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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은성 [theresa9] 쪽지 캡슐

2000-06-17 ㅣ No.1130

  98년 크리스마스때 전 정말 소중한 선물을 받았습니다. 저와 고등학교 때 부터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크리스마스 한달전 부터 제게 주려고 매일 일기를 써 주었습니다. 그 일기장에 넘 좋은 글이 있어 일부를 여기 적어봅니다.

  

   

  저녁을 먹고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한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는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에 살았으면 좋겠다. 미 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도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 놓고 열어보일 수 있고, 악의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가...

  사람이 자기 아내나 남편, 제 형제난 제 자식하고만 사랑을 나눈다면 어찌 행복해질 수 있을까. 영원이 없을수록 영원을 꿈꾸도록 서로 돕는 진실한 친구가 필요하리라. 그가 여성이어도 좋고 남성이어도 좋다.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좋고 동갑이거나 적어도 좋다. 다만 그의 인품이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인품이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 깊고 신선하며 예술과 인생을 소중히 여길 만큼 성숙한 사람이면 된다. 그는 반드시 잘 생길 필요가 없고, 수수하나 멋을 알고 중후한 몸가짐을 할 수 있으면 된다. 때로 약간의 변덕과 신경질을 부려도 그것이 애교로 통할 수 있을 정도면 괜찮고, 나의 변덕과 괜한 흥분애도 적절하게 맞장구쳐 주고나서, 얼마의 시간이 흘러 평온해 지거든 부드럽고 세련된 표현으로 충고를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유안진의 "지란지교를 꿈꾸며")

  나머지는 다음에 계속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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