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동성당 게시판

호박꽃이피기를 기다리면서......

인쇄

박재준 [bopark] 쪽지 캡슐

2000-05-04 ㅣ No.940

얼마전에 아파트 베란밑에 공터를 놀리기싫어 공동주택관리규정에 어긋나는지 알면서,호박씨를 몇개 심었지요. (1층에 사는 사람의 특권?)

베란다주위에 주욱 돌아가면서 여름에는 줄기가 베란다 창문을 가릴 수 있도록 구도를 맞추었습니다.

그동안 비가 많이 오지 않아 척박한 땅에 심으면서도 호박씨에게 무척 미안하더라고요.

그래서 퇴근후에는 물을 주고, 아침에는 일어나자마자, 싹이 트고 있나, 살펴보는 것이 요즈음의 일과가 되버렸지요.

그런데 말이지요, 오늘 아침에 일어나 가만히 살펴보니까 이게 왠일입니까? 지금 제가 쓰고있는 글자색보다 조금 연한 새싹이 고개를 삐죽이 내밀고 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얼마나 반가웠던지, 집으로 들어와 어린아이처럼 뜰떠서 집사람에게 소리쳤지요. "호박씨가 싹이텄노라"고,그러자 집사람 왈, "그게 뭐 그리 신기하냐?"고, "잠을 잘못 잔게 아니냐?"고,핀잔을 먹었지요.연애할때의 애틋한 감정은 다 어디로 갔는지, ............ 이제는 할망구가 되어가나? 세월 앞에서는 어쩔 수 없구나, 혼자 생각해 보았지요.

그러나 저는 기분좋게 출근할 수 있었습니다.

호박씨가 새싹을 틔웠기 때문에............!

호박꽃도 꽃이냐고 애기들 하지만, 제가 어렸을 때 기억으로는 못생긴 호박씨에 왠 벌,나비가 그렇게도 많던지. 산후 조리에 좋다며 자매님들도 많이 드셨을 줄로 믿습니다.

제가 잘 키워서 여름에는 우리 집을 시원하게 만들고,가을에는 늙은 호박을 따서 산후통으로 고생하시는 자매님들께 선물할께요.(저 착하죠? ....후후)

미리 예약들 하시죠?

각설하고, 한알의 씨가 썩어야만 새순이 돋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햇님과 공기,그리고 물이 조화신공을 이루어야만 된다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것이 하느님의 인자하심이 없으면 불가능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과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인간의 힘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왜 사람들은 모를까요? 겸손하지 못하고, 우쭐대고,멸시하고,돈이 하느님보다 더 귀중하게 생각하고,기타 등등...(천년만년 살 것도 아니면서)스쳐 지나가는 인연도 불교에서는 소중하게 생각하고있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제 저의 베란다밑에 올라 오는 호박싹이 노오란 꽃으로 물들고 늙은 호박이 될 때까지 저는 잘 돌보고 키우겠습니다. 저와의 인연으로 호박꽃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기를 기도하면서 커가는 모습을 계속 올려보겠습니다.

그럼............................충성!



47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