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성당 게시판

그 곳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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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선 [jchorong11] 쪽지 캡슐

2000-08-21 ㅣ No.605

그 곳에 가고 싶다..

그 곳에는 향기가 있었다.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내음 같기도 하고,

제사 때 쓰이는 향 냄새 같기도 하고,

아련히 느껴지는 라일락 꽃 향기 같기도 하고,

이른 아침에 막 구운 빵 냄새 같은,

늘 빛나는  태양 색깔을 퍼뜨리고는 서서히 사라지는 향기가

그 곳엔 있었다....

 

 

그 곳에 가고 싶다..

그 곳에는 추억이 있었다.

부끄러움을 잘타는 귀여운 아이가 있었고,

정겨운 웃음 소리들이 아이의 귀에서 맴돌았고,

따스함이 온 몸을 감싸는 바람이 불었고,

"나"가 아닌 "우리"가 있었고,

소중한 것이 곧 사랑이란걸 알게 해주는 큰 하늘이 있었다...

 

 

이제 그 곳은,

아무리 크게 숨을 쉬어도 향기는 없고,

바람에 전해지는 썩은 냄새는 허파에 염증이 날것같다.

추억도 사라져버려 어디하나 소중하게 마음 둘 곳 없다.

따스함은 점점 온도가 내려가 얼어붙을 정도이고,

"나" 만 존재하는 저 깊은 땅속 주인공들만 있다...

 

 

심장은 칼로 베인 듯,

그 쓰린 상처는 스스로 아물어야 했기에,

사랑하는 사람이란 단어조차 없기에,

그 커다란 하늘밑에서,

바보처럼,

그 곳을 떠올려 보며,

다시 되돌아 간다.....

 

그 곳에 가고 싶지 않다..

그러나,

그 곳에 가고 싶다...

   

               - 초롱 검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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