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성당 게시판
그 곳에 가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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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에 가고 싶다.. 그 곳에는 향기가 있었다.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내음 같기도 하고, 제사 때 쓰이는 향 냄새 같기도 하고, 아련히 느껴지는 라일락 꽃 향기 같기도 하고, 이른 아침에 막 구운 빵 냄새 같은, 늘 빛나는 태양 색깔을 퍼뜨리고는 서서히 사라지는 향기가 그 곳엔 있었다....
그 곳에 가고 싶다.. 그 곳에는 추억이 있었다. 부끄러움을 잘타는 귀여운 아이가 있었고, 정겨운 웃음 소리들이 아이의 귀에서 맴돌았고, 따스함이 온 몸을 감싸는 바람이 불었고, "나"가 아닌 "우리"가 있었고, 소중한 것이 곧 사랑이란걸 알게 해주는 큰 하늘이 있었다...
이제 그 곳은, 아무리 크게 숨을 쉬어도 향기는 없고, 바람에 전해지는 썩은 냄새는 허파에 염증이 날것같다. 추억도 사라져버려 어디하나 소중하게 마음 둘 곳 없다. 따스함은 점점 온도가 내려가 얼어붙을 정도이고, "나" 만 존재하는 저 깊은 땅속 주인공들만 있다...
심장은 칼로 베인 듯, 그 쓰린 상처는 스스로 아물어야 했기에, 사랑하는 사람이란 단어조차 없기에, 그 커다란 하늘밑에서, 바보처럼, 그 곳을 떠올려 보며, 다시 되돌아 간다.....
그 곳에 가고 싶지 않다.. 그러나, 그 곳에 가고 싶다...
- 초롱 검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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