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자식 넘의 깊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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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경 [lsk55] 쪽지 캡슐

2003-02-03 ㅣ No.4418

 

자식 넘의 깊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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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아들 넘이 저는 아이인줄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건 나의 큰 착각이었습니다.

시간당 3천원짜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평소 품위 유지비가 많이 들어서 넘이 한심스럽고 걱정이되어 그래서 전 더 아이같이 생각했었나 봅니다.

특히 친구들과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밥먹고 또 맥주 마시고 헤어져 돌아오는 시간이 평소 밤 12시라서 저는 가끔 승질도 많이 났었기 때문이지요.

언젠가 연장운행하는 지하철이 끝난 늦은 시각에도 귀가하지 않아서 넘을 데리려 멀리 멀리 강남땅에 까지 찾아간 적도 몇 번이나 있었기에 더욱...

그런데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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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생각하니 아버지라고 불리는 나는 정말 고마워 했어야만 했습니다.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 6년동안 남들처럼 그 흔한 학원에도 보내주질 않았고 또 과외공부 한번 시키지 못해 준 걸 전 까마득히 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넘은 정말 괜찮은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는데...

그 功을 이 애비가 모르다니...

강북땅에 살면서 강남문화를 배우고 싶다고 그 멀고 또 힘든 코엑스 메가박스에 청소원과 매표요원으로 자진 참가한 넘의 깊은 뜻을 이 애비가 몰랐다니...

경영학도가 되기 위해서 먼저 수천 수만명이 모이는 현장에서 경험을 쌓고 싶다는 그 생각이 기특하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며칠전 아들 넘은 엄마와 아빠가 꼭 감상해야 한다며 영화표 2장을 예매했다는 보고를 받곤, 피곤했지만 넘의 그 정성을 생각하여 군말없이 지하철을 3번이나 갈아타고 우리 부부는 늦은 밤에 강남땅을 갔었지요.

명절을 앞두고 인산인해를 이룬 매표장 앞에서 같은 아르바이트 친구들과 도열하여 엄마 아빠를 맞았습니다.

그리고 넘은 “피아니스트라는 영화의 관람권 2장과 콜라와 지그 엄마가 평소 좋아하는 뻥튀기까지 준비를 한걸 보곤 우리 아들 넘이 참으로 괜찮은 넘이라는 걸 그때 다시금 알았습니다."

지금까지 어린애인줄만 알았는데...

아들 넘의 친구(남여 약 10여명)들이 엄청 쎄게 쳐대는 환영의 박수를 받으며 우리 부부는 극장으로 입장을 했습니다.

딱~! 2월 15일까지만 아르바이트를 하겠다는 넘의 각오를 들어보니 아주 기분이 좋았습니다.

넘은 이제 어린아이가 아니었습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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