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기동성당 게시판

재미있는 얘기가 있지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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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원 [croudy] 쪽지 캡슐

1999-06-28 ㅣ No.765

안녕하세요, 데레사에요. 오늘 월요일인데 잘들 보내셨나요? 전 아직 회사에 있답니다. 이제 퇴근하려구요. 약속이 늦은 시간에 있거든요. 아래 얘기는 좀 지저분한 이야기라, 비유가 좀 약하신 분들은 식사전엔 절대로 읽지 마시기 바랍니다. 뭐,, 저같은 사람이야 상관없지만요~ ^^* 이야기가 길긴 하지만, 나름대로 정감어린(?) 글이랍니다. 그럼, 내일 다시 뵙죠!! ^^ *********************** ************************ ***************** 제목 : 뒷간은 말이 없다 (?) 토요일날..남편과 동생셋과 함께 할머니댁에 갔더랬습니다.. 한달전부터 걸려온 할머니의 전화공세에..시달리다 못해 무거운 몸을 이끌고 경북 청도로 떠나야만 했답니다.. =========================================================== 할머니에게서 온 * 첫번째 전화.. "그래, 잘 있나? 아아는 잘 크고? 이서방도 잘 있재? 잘 있거라이" 철커덕~ -할머니는 시외전화요금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시외전화는 30초 이내'라는 철칙을 철저히 지켜오시는 분이랍니다..- ** 두번째 전화.. "그래, 잘 있나? 아아는 잘 크고? 이서방도 잘 있재? 몸이 마이 무거와서 내리오진 못하겄재? ..-_-;; 잘 있거라이." 철커덕~ ** 세번째 전화.. "그래, 잘 있나? 아아는 잘 크고? 이서방도 잘 있재? 이서방 차는 잘 굴러가나? ..-_-;; 잘 있거라이." 철커덕~ ** 네번째 전화.. "- 앞말 동일- -_-;;; 몸이 마이 무거와서 오래 차타면 안되재? 아마 안될기다..-_-;; 잘 있거라이." 철커덕~ ** 다섯번째 전화.. "-역시 앞말 동일- 야야, 니 가마니댁 며느리 알재??..임신 9개월이라 카는데 서울에서 내리온거 있재..-_-;; 시오마이가 그래 내리오지말라 카는데도 부득부득 내려왔다 안카나...-_- 마, 내가 보이까 멀쩡하더라..-_-;; 잘 있거라이." 철커덕~ ** 여섯번째 전화.. "가마니댁 며느리 있재~ 내가 물어보니까 휴게소에서 쉬엄쉬엄하면서 왔다카더라..그래오니까 하나도 안 힘들었다카대..-_- 잘 있거라이." 철커덕~ ** 일곱번째 전화.. "가마니댁 며느리 알재?? 그기이 미쳤는갑다.. 몸이 그래 무거운데도 운문사에도 가고 이래저래 차타고 잘도 돌아다니더래이..-_-;; 마, 그래도 내가 보이까 멀쩡하긴 하더라..잘 있거라이." 철커덕~ 가마니댁 며느리에 대한 보고가..-_-;; 몇차례 더 이어졌고..마침내 가마니댁 며느리가 서울에 잘 올라가서 멀쩡하게..-_-;; 잘 도착했다는 전화가 시어머니에게 왔었다는 마지막 보고를 끝으로 할머니는 작전을 바꾸시더군요.. "야야, 내가 죽을라카는 갑다..와 이래 꿈에 히안하기이 보이고 그라는지 모르겄다..죽기전에 니를 한번 보고 죽어야 할긴데..-_-..잘 있거라이." 가야만 했습니다..-_-;; 그러나..입덧의 공포에서 벗어난지 얼마 안된 제겐 400킬로미터도 넘는 여행에 대한 두려움은 극복하기 어려운 벽이였습니다.. 게다가 가까운 거리를 갈때도 항상 비상용 오바이트봉투를 서너개씩 준비해 가지고 다니다가 한두개쯤 사용하게 되는..-_-;; 현실에서 벗어난지 한달이 채 되지 않았기 때문에 장거리에 대한 불안은 더욱 컸답니다.. 음...10킬로미터정도쯤 가다보면 오바이트를 하게 되니까 400킬로미터면... 400 나누기 10은 40...고로 비닐봉투 40개를 준비해서...-_-;;;;; 생각만으로도 아찔해지더군요.. "할머니, 저 애기 낳은다음에 애기랑 같이 내려갈께요~" "그라모 그래라.. 오면 내 무덤옆에 꽃나무나 하나 심어놓고 가거래이." -_-;;; "...다음주 토요일날 내려갈께요.." -_-;; "뭐라꼬?? 니 몸이 그래 무거워가 올 수 있겠나?? -_-;;; 니가 정 내리 오겠다카먼 나도 못 말리지만...-_-;;; 하기사 저 옆집에 가마니댁 며느리도 ..-_-;;; 멀쩡했다 아이가.. 담주 토요일~? 알았데이~~~ 그때 보자이~~" 곧 죽을것 같이 힘없던 목소리가..-_-;; 순식간에 용솟음치는 활력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변하더군요...-_- 그래...오바이트로 십이지장과 작은창자까지 토하는 한이 있더라도...-_-;; 가자...이 한몸 부스러져 일백번 고쳐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흠흠..-_-;; 어쨌든 비장한 각오로 할머니댁으로 출발했답니다.. 다행히 준비해간 오바이트용 비닐봉투 40개를..^^;;; 하나도 쓰지 않고 다녀올 수 있었죠.. 그러나 복병은 다른 곳에 숨어 있더군요.. 뿌듯한 마음으로 도착한 할머니댁에서 요란한 환영식을 벌인 다음 화장실로 갔을 때였습니다.. 음...이 고향의 향기(?)... 내 신발 8짝을 잡아먹은..-_- 추억의 화장실... 감회에 젖어 화장실안을 내려다 보는 순간...0.0 구더기 이만사천칠백사십네마리가 꼼지락거리고 있더군요...-_-;;;; "우우웨엑~~~~~~~웩웩~~~~케엑~~~우웩~~~!!!" 급하게 뛰쳐나오느라 질질 끌고 갔던 셋째동생의 큐빅이 다닥다닥 박힌..-_-;;; 공주신발을..-_-;; 그만 뒷간에 빠뜨리고 말았습니다.. "물어내~~~!! 엉엉~~~~ 내 신바알~~~~!!!" 셋째동생의 절규를..-_-;; 뒤로 하고 할머니는 긴 막대기로.. 할아버지구더기.. 할머니구더기.. 아빠구더기.. 엄마구더기.. 형구더기.. 누나구더기..언니구더기.. 삼촌구더기..이모구더기.. 등등이 붙어있는...-_-;;; 신발을 건져내 수세미로 박박 문질러 씻어 주시더군요...-_-;;; "와 이래 호들갑이고~ 이봐라~ 깨끗하다 아이가~" 그러나...할머니가 무식하게..-_-;; 문질러 닦은 신발은 이미 예전에 큐빅이 이쁘게 박혀있던 공주신발이 아니였습니다....-_- 큐빅이 듬성듬성 빠져 공주가 신다버린..-_-;; 신발이 되어 있더군요.. 동생과는 협상과 타협과 협박끝에..^^;; 적당한 선에서 보상해주기로 합의를 했답니다.. 임신중엔 이쁜것만 보고 이쁜말만 들으라고 했는데...이미 그른것같습니다.. 아가야...이 못난 에미를 용서해다오..-_-;;; 그리고..구더기 이만사천칠백사십네마리를 본건..악몽이려니 하거라..-_-;;; 신발 9짝을 잡아먹은..-_-;; 뒷간은 아무말이 없었습니다.. ======================================================= 월요일부터 지저분한 뒷간얘기로 시작해 죄송합니다..-_-;;; 행복한 한주 맞이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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