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성당 장년게시판

저고리 고름 말아쥐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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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호 [cary] 쪽지 캡슐

2000-03-13 ㅣ No.562

오늘 도봉골에 아니 오신 그대여!

그대는 우리가 도봉산 역에서 ’봄맞이 번개 등산’ 플래카드를 높이 들고

눈이 시리게 그대를 기다린 사실을 아시는가?

즐거운 놀이 시간을 위한 노래 모음을 복사하기 위해

루시아 언니가  이 아침 다섯 정거장 안쪽을 헤맸다는 것을 아시는가?

 

오늘의 참가 인원은

다두 아저씨네 일가족이 3명,

눈꼴신 커플이 2쌍,

화려한 싱글이 4명으로,

저를 포함한 화려한 싱글들은 혹시 미팅이라도? 하며 기대의 눈빛을 보냈건만

돌아온 것은 "꿈 깨!"라는 핀잔뿐.

묵은 김치가닥 꺼내듯 오만 얘기를 주고받으며 올라가는 길,

우려도 우려도 재미있는 얘기는 역시

몰래사랑 끝에 짝짓기한

엔젤 내 ’은근짜’들의 behind story.

오늘 도마에 오른 커플은 줄잡아 9쌍.

(이 싸람들 성가 하러 엔젤 온 것 맞아?)

 

2차 엎어지심 장소에서 우리는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을 외치며 무대 경험을 쌓기로 했죠.

주위의 시선(우리가 보기엔 존경하는 듯한)에도 아랑곳없이

"소쩌꿍 소쩌꾸웅~"을 목청껏 부르는 우리는 바야흐로 낭랑 18세.

 

다 와간다는 꼬드김에 힘을 얻던 일행 중 반은

119 구조대에 실려 내려가는 사람을 본 뒤로

고지를 눈앞에 두고 베이스 캠프를 치기로 하고,

기어이 만장봉에 오른 사람은 6명.

비록 마의 얼음길에서 숱하게 봄도장을 찍긴 했어도

우리는 잠시나마 세상 모든 사람을 두 부류로 나눌 수밖에 없었죠.

그 순간 만장봉 꼭대기에 선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목에 깁스를 하여 코앞이 안 보이는 채로 하산하는 막달레나는

그야말로 의지의 한국인이었답니다.(정말 대단했어, 막달!)

점저를 거나하게 먹은 우리에게 루시아 언니는

산타 배낭을 열어 끝없는 선물 공세를 퍼붓네요.

향수, 스카프, 초콜릿, 스타킹, 세숫비누, 사진틀... etc.

 

1당 3몫을 하여 즐겁게 놀고 선물도 오지게 챙겼지만

여럿이 함께 못한 서운함은 끝내 가시질 않더군요.

다음 번개팅에는 모두 함께 하시어 벅찬 기쁨을 나누시기를...

 

추신1 사베리오씨, 이따 만나기로 했으면 불굴의 의지로 나타나셔야지

      어제 술 펐다고 나만 혼났잖아요.

추신2 라파엘, 오늘 그렇잖아도 커플 얘기로 심정이 사나웠는데

      너희 부부까지 이렇게 게시판에서 사랑타령을 해야 쓰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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