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회성당 자유게시판
성냥개비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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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풍경이 있었지요. 대학 다니던 시절에 할 일 없이 다방에 앉아 시간을 죽이던 때 통성냥을 가져다가 성냥개비로 네 기둥을 세우고 그 기둥 위에 사각의 탑을 쌓기 시작합니다. 정성들여 쌓아올린 탑이 높아갈수록 손에는 땀이 나고....
그렇게 열심히 쌓아 올린 탑으로 무엇을 했을까요? 나중엔 그냥 무너뜨려 버리는 거죠. 요즘도 이런 풍경 볼 수가 있나?
그런 기분입니다. 내가 쌓아가는 탑이 한층 한층 높아갈 때 행여나 무너질까 조바심하면서도 결국은 무너뜨리기 위해 쌓아가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이제는 얼마 쌓지도 못한 탑에 그만 싫증나 아예 내손으로 무너뜨리며 부질없는 짓거리라고 도리질 하는 것 같은 기분.
아니 아니 부질없는 짓거리 하지 말라고 옆에서 후~욱 불어버리면 그냥 와르르 무너져내리는 한낱 성냥개비 탑같은 삶을 조바심내며 쌓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바닥에 침 칠해서 세워놓은 네 개의 성냥개비 기둥은 높고 튼튼한 탑을 결코 쌓아 올릴 수 없음을 번연히 알면서도 그 위에 세우는 탑
무너져 내리면
할 일 없이 다시 기둥을 세우고 또 쌓아가는 거죠.
그리고
오늘 밤도
잠자리에 누워
가시관쓰신
삽자가에 못박혀 매달리신
그 님을 생각합니다.
눈물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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