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동성당 게시판

[술이 있는 풍경]필름 끊어지는것이 정신력 문제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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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화 [happy!lee] 쪽지 캡슐

1999-08-11 ㅣ No.227

쌍용사보 99년 8월호 "나의 자전거 유람기" --김정수/진방철강 그때까지만 해도 술 먹고 필름이 끊어졌다는 주당들의 말을 믿을수가 없었다. 거짓말이거나 정신 상태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술에는 자신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아니다 정확히 밝히겠다. 1990년 12월 28일. 드디어 필름이 끊어지는 엄청난(?) 경험을 하게 되었다. 비방록을 뒤져 그날의 악몽을 재구성해 본다. 1)밤12시30분 : 우리 일행은 술집을 나섰다. 내가 가장 멀쩡한것 같아 다른 사람들을 택시에 태워 보냈다. 그리고 나서 주머니를 뒤져보니 아뿔사! 택시비가 없었다. 집까지는 약 2km. 어떻게 가야하나 궁리를 하던중 눈에 번쩍 뜨이는 자전거를 발견했다. 집으로 가자! 출~발! 2)새벽3시 : 나는 도시 끝에 있는 화장터 근처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잠시 필름이 이어졌다) 여기이에 왜 왔을까?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정신을 차리자! 반대 방향으로 핸들을 돌려 힘차게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3)새벽6시 : 나는 시민운동장앞에서 오돌오돌 떨고 있었다.(잠시 필름이 이어졌다) 여기에 왜 왔을까?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게 무슨 꼴이냐? 정신을 똑바로 차리자. 다시 핸들을 돌려 힘차게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4)새벽7시 : 회사 동료와 같이 살던 우리 집에 도착했다. 드디어 해냈구나! 자랑스럽다 대한 건아! 그런데 출근 준비로 부산하게 움직이던 동료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는게 아닌가? "뭘보나, 이사람아! 자전거 처음 보나? 내가 비록 필름이 끊겨 밤새 돌아다녔지만, 한번도 안 넘어졌다고. 대단하지?" 그리고 잠시후 옷을 갈이입고 출근길에 나선 나는 뒤로 자빨질듯 경악을 하고 말았다. 내가 밤새 타고 다닌 자전거가 저것이란 말인가? . . . . . . . . . . . . . 그것은 결코 넘어질 수 없는... . . . . . 유치원생 세!발!자!전!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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