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동성당 게시판

영만이의 재미있는 이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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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만 [BLUEYES] 쪽지 캡슐

1999-05-05 ㅣ No.119

어느 늦은 저녁 시간  지하철 막차 시간이 가까운 때 술에 얼큰히 취한 한

아저씨가 지하철을 타려 하고 있는데 헛구역질을 하는 폼이 오바이트를 할

태세였다.  그 아저씨는 고개를 흔들어 보며 무지 참으려 애쓰다 커피를 한 잔 뽑아 마시기 시작했다.  커피의 효력이 있었는지 꺼루룩 긴 트림을 내뿜으며 정신을 차리는  모습이었다.

그 아저씨가 채 커피를 마시기도 전에 지하철이 도착했고 잠시 망설  이던 아저씨는 마시던 커피잔을 들고 지하철에 올랐다.

지하철은 한산했고 아저씨는 커피잔을 들고 출입문 옆에 기대 서서  커피를 마저 마셨다.  두세 정거장이 채 지났을까

아저씨는 몹시 괴로운 듯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던 한 순간 우~~~~욱 하더니 오바이트를 햇고, 아저씨는 재빨리 입술을 닫았고, 위장에서부터 올라온 채 소화되지 못한 음식물을 입  안에 가둬 두는데 성공했다.

지하철 안의 모든 시선이 아저씨에게로 쏠렸고 아저씨는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입안의 내용물을 처리할 봉지를 찾아 이리저리 둘러 보았으나

지하철 내에 봉지가 있을리 만무했다.  아저씨는 순간 오른손에 들고 있는 빈 종이컵에서 시선이 멎었고,일단은

 안도한 듯 약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런데 입안의 내용물을 다 담기에는 종이컵이 너무 작았다.

할수없이 아저씨는 일단 물만 종이컵에 뱉고, 걸쭉한 것은 입안에 물고  있기로 결심을 한 듯 했다.

아저씨는 입을 조그맣게 모아 종이컵에 물을 조금씩 쥐어짜듯 뱉어냈다.  종이컵은 금새 찰랑찰랑해 졌으나 아저씨의 양 볼은 조금 줄어들었을 뿐

이었다.  지하철의 모든 시선은 아직도 아저씨에게 집중되어 있었고, 아저씨는 그 상태로 조금 버티다가 입에 내용물을 담고 계속 있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는지 비장한 눈 빛을 보이며 입안의 내용물을 우적우적 씹어서

다시 삼키기 시작했다.  지하철 여기저기서 신음소리와 비명소리가 터져나왔으나 아저씨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꿀꺽꿀꺽 삼키는 소리에 신음소리와 비명소리는 더욱 더 커졌는데  순간 아저씨는 목이 메이는 듯 가슴을 두번 치더니 손에 든 종이컵을

입에 가져다 대고 한 입에 들이키는 것이었다.  지하철은 아수라장이 되어버렸고, 그 지하철 칸에는 아저씨 혼자만  남았다.

난 그 아저씨와 함께 했던 20여분이 지옥과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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