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그간 잘난체하고 남 앞에 나섰던 것이 罪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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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경 [lsk55] 쪽지 캡슐

2003-10-05 ㅣ No.5411

 

천주교 서울대교구 용산성당

그간 잘난체하고 남 앞에 나섰던 것이 罪지요.



 

잘 난 넘으로 찍히는 것은 아무래도 그 찍힌 넘이 평소 약고 똑똑하지 못한 탓일 것입니다.

그냥 바보처럼 찍소리 않고 사는 것이 최고인데...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열심히 일했으면 그냥 떠나야 뒷탈이 없는데...

새로운 인물들을 육성하고 또 기회를 제공 하는 그런 기회도 마련해 주어야 하는데, 일할 마땅한 인물이 없다는 그 이유에 꼬임을 받아 구역장을 맡고보니, 때로는 민망스러운 일이 종종 발생하곤 합니다.


일요일인 늦은 시각인 지금도 사무실에서 회사의 밀린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점심 식사를 거른 것도 모른체, 어느덧 밤 9시가 가까워 졌습니다.

책상에 앉아서 내일 월요일 아침 발표할 상가의 효율적인 운영 방안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에 몰두 중, 잠시 머리를 식히려고 筆을 들었습니다.

요사히 상거래 환경의 급격한 변화(인터넷, 홈쇼핑, 택배 등)로 인하여 재래식 시장과 비숫한 형태의 우리 회사는 장사가 거의 빵점에 가깝습니다.


쫓기는 듯 바쁜 회사 업무와 또 잦은 출장 등으로 때로는 일요일 미사를 빼먹는 날도 허다합니다.

흑~흑~흑~ 이런 제가 구역장이라니, 그저 부끄럽기만 합니다.

그래서 가끔 주일날 참석한 미사 시간에 영성체를 봉하지 못하고 쭈빗 거릴 때도 참 많았습니다.

오늘 낮시간만 해도 그렇습니다.

모처럼 오랜만에 아침 9시 미사를 참석했더니만, 어떤 다혈질인 교우 한분이 대뜸 "구역장인 당신은 심심하면 주차요원 하러 나오나요? ”라는 말씀으로 쎄게 핀잔을 주십디다.



 

 


엄청나게 민망스러웠습니다. 한편 몹시도 부끄러웠구요.

주일날 주차 단속도 못하는 넘이 무슨 구역장 질을 하겠냐? 라는 말씀인 것 같았습니다.

사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구역장이 주차단속 요원이 되라는 법은 없는 것인데, 언제부터인가 구역장들이 주차요원으로 완전히 굳어져서 왠지 좀 슬펐습니다.

물론 시키면 해야만 하지요. 누가 뭐라든 자격 없는 넘이 구역장이 된 것, 그게 잘 못이니깐요.


평소 구역장은 주차단속을 하기 보다는 일요일 날 성당에 나와, 자기 구역의 신자들과 만나서 대화를 많이 나누는 일들이 더 중요한 것 아닐까요?

서로 생각이 다른 것은 하나의 견해 차이겠지만, 저 개인적인 생각으론 요셉회나 레지오단체, 빈첸시오나 ME 그리고 울뜨레아 단체 등에서는 주차활동을 안해도 되는데, 왜 구역장들만 달달 볶을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앞으로도 구역장들 위주로만 계속 주차단속 요원을 시킨다면, 서서히 빠른 시간내에 이직을 떠나고 싶습니다.

그간 남 앞에 나서서 설쳤기 때문에 눈에 띄어서 구역장으로 뽑힌 것 같습니다.

주일날 주차요원으로 활동하기가 싫어서가 아니라, 구역장만이 주차요원으로 활동하는 것을 당연시 하는 그런 풍토가 싫어서 입니다.

옛날 구역장직을 맡지 않았을 때는 아래의 사진에서와 같이 일요일과 공휴일에는 자유롭게 등산도 가고, 밤 줍기도가고 무지 무지 신바람이 났었는데... 흑~흑~흑~

 

 


성당에는 기쁜 마음으로 주님을 모시기 위해서 나가야 하는데, 주차활동을 잘 않했다며 질책을 받는 것는 한심한 넘이 되어 버린 것이 그저 안타깝기만 합니다.

하여간 앞으로는 절대 난척하며 남 앞에 나서지 않고 그냥 조용히 살랍니다.


2003년 10월 5일

용문동 구역장 李 相卿 가브리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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