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바로 지금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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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훈 [p0o9i8] 쪽지 캡슐

2003-10-06 ㅣ No.5414

 

미국 유학 시절의 일입니다.

교양 과목중 하나인 심리학을 들을 때였습니다.

영어도 익숙하지 않은 탓에 전공 과목을 듣기만도 벅찼지만, 금발의 아름다운 여교수 제니 선생님한테 반했던 나는 머리를 쥐어짜가며 공부했습니다.

여름 방학을 앞둔 화창한 여름날, 제니 선생님이 칠판에 강의 내용을 적었습니다.

’만일 3일 후에 죽는다면’

우리가 만일 사흘 후에 죽게 된다면 당장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생각해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세 가지만 순서대로 대보세요. 자! 누가 먼저?"

질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평소 말많은 친구 마이크가 입을 열었습니다.

"에, 일단 부모님께 전화하고, 애인이랑 여행가고...

아, 작년에 싸워서 연락이 끊어진 친구한테 편지쓰고, 그럼 사흘이 다 가겠죠?"

학생들도 저마다 웅성웅성 주절주절 하고 싶은 일을 떠들어댔고 나도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글쎄, 나라면 음.. 우선 부모님과 마지막 여행을 간다.

그 다음엔... 그 다음엔... 꼭 한 번 들어가 보고 싶었던 고금 식당에서 비싼 음식을 먹는다. 그리고는..... 그 동안의 삶을 정리하는 마지막 일기를 쓴다.’

20분 쯤 지난 뒤 교수님이 몇몇 학생들의 대답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죽음을 맞이한 사람의 세 가지 소망은 뜻밖에도 다들 평범했습니다.

여행을 하겠다. 기막히게 맛있는 걸 먹겠다.. 싸우고 토라진 친구와 화해하겠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잔화하겠다......

바로 그때 제니 교수님이 칠판으로 다가가 한 마디를 썼습니다.

’Do it now!’

들뜨고 어수선했던 강의실을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습니다.

"바로 지금 하세요!"

DO IT NOW!

죽음이 눈 앞에 닥칠 때까지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그 모든 일을 실천하며 살라!

그 한마디야말로 내가 유학중에 배우고 익힌 그 어떤 학문이나 지식보다 값진 가르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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