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암동성당 게시판

사순 제4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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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3-04-08 ㅣ No.2607

사순 제4주일(나해. 2003. 3. 30)

                                       제1독서 : 2역대 36, 14~16. 19~23

                                       제2독서 : 에페 2, 4 ~ 10

                                       복   음 : 요한 3, 14 ~ 21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오늘은 사순 제4주일로 기쁨의 주일이라고도 합니다.  이제 사순 시기도 절반을 넘어서고 있는 오늘은 우리가 그동안 자선과 기도와 희생으로 뜻 있게 보낸 시간에 대하여 하느님께 감사 드리며, 혹시 별 뜻 없이 소홀히 했다면 반성하면서, 남은 시간을 더욱 성실하게 지냄으로써 영광의 부활을 맞이할 수 있도록 다시 다짐하는 시간입니다.

  아주머니 한 분이 남편을 잃고 외아들을 데리고 외롭고 가난하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는 길거리에 앉아 물건을 팔기도 하고 파출부 일도 하며 아들을 고등학교에 보냈습니다.  그 아들 하나 잘되기를 바라면서 많은 고생을 감수하며 살아갔습니다.  그런데 그의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과 희생을 조금도 몰라주는 듯했습니다.  공부는 잘하지 않고 좋지 않은 친구들과 어울려 놀러 다녔습니다.  어머니를 속여 학원비 등을 타내서 술도 마시고 싸움질도 했습니다.  때론 말썽을 일으켜서 경찰서에 잡혀가기도 했습니다.  어머니는 경찰서에 찾아가 아들을 용서해 달라고 사정사정해서 집에 데려왔습니다.  그러나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아들은 또 어머니의 돈을 훔쳐 집을 나가버렸습니다.  그럴 때마다 어머니는 밤잠을 못 이루고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하며 가슴만 태웠습니다.  그래도 어머니는 아들을 포기할 수가 없어 또 찾아 나섰습니다.  어머니의 사랑이 아들에게 다가 갈수록 아들은 더 멀리 달아나는 것 같았습니다.

  어머니의 사랑은 일방적이고 조건이 없고 끝이 없습니다.  자녀에 대한 이런 어머니의 사랑의 모습은 하느님의 사랑을 닮았다고 합니다.  자기의 자식이라고 하는 사실 하나만으로 무제한의 사랑을 줄 수밖에 없는 것이 부모의 마음입니다.

 

  신자란 하느님을 믿는 사람을 뜻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어떤 하느님이신가?”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참으로 중요한 문제입니다.  “하느님”이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의 머리 속에 어떤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오르십니까?  “하느님”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아이고 무서워라!”하는 두려운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까?  혹시 우리의 죄나 잘못을 벌하기 위해 항상 우리를 감시하시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으십니까?  그런데 하느님께서 이런 분이시라면 항상 죄를 피할 길이 없고 허물이 많은 우리들은 절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알려주신 하느님은 절대로 그런 분이 아니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잘못을 저지르는 아들을 사랑하는 어머니처럼 끝임 없이 죄인인 우리를 사랑하시는 분이십니다.

  오늘 제1독서는 이스라엘 백성이 죄를 지어 벌로써 바빌론에 귀양갔다가 하느님의 자비로 풀려나는 내용이 전해줍니다.  유배를 갈 당시 이스라엘 백성은 위 아래가 모두 썩어 있었습니다.  예언자들이 나와서 회개를 촉구했지만 오히려 이스라엘 백성들은 예언자들을 박해하여 못된 짓만 일삼았습니다.  그래서 결국 하느님의 책벌을 받아 나라가 망했고 백성들은 포로로 끌려가 혹독한 고생을 합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벌을 주시면서도 못내 안쓰러워서 고통받아 울부짖는 이스라엘 백성을 그냥 내버려두시지 않으십니다.  그래서 페르샤왕 고레스의 마음을 움직여서 백성들이 고국을 찾아 돌아오게 합니다.  이처럼 하느님은 벌을 주시면서도 잘못한 죄인도 끝임 없이 사랑하시는 분이십니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잘못을 깨닫지 못하는 아들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모습처럼 말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하느님은 이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셔서 외아들을 보내 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든지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여 주셨다”라고 하십니다.  죄에 물들어 있는 인간을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보여 주십니다.

 

  역사 속에서 우리는 고통을 겪고 나서야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하느님의 사랑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우리가 겪는 고통은 몹시 괴로웠지만, 그것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알게 됩니다.  부모가 되어서야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고 죄송한 마음을 가지게 되듯이 말입니다.  하느님을 믿는 우리는 회개를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깊이 느낄 수 있는 은총의 사순 시기를 보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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