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기동성당 게시판

부모님의 기적(마태오 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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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희 [lusi71] 쪽지 캡슐

2003-03-14 ㅣ No.3908

 

그가 못된 행실을 한 자라고 해서 사람이 죽는 것을 내가 기뻐하겠느냐? 그런 사람이라도 그 가던 길에서 발길을 돌려 살게 되는 것이 어찌 내 기쁨이 되지 않겠느냐?

                                                          ---에제키엘 18,21--

 

"너희가 율법학자들이나 바리사이파 사람들보다 더 옳게 살지 못한다면 결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살인하지 마라. 살인하는 자는 누구든지 재판을 받아야 한다.’ 하고 옛 사람들에게 하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말한다. 자기 형제에게 성을 내는 사람은 누구나 재판을 받아야 하며 자기 형제를 가리켜 바보라고 욕하는 사람은 중앙 법정에 넘겨질 것이다. 또 자기 형제더러 미친놈이라고 하는 사람은 불붙는 지옥에 던져질 것이다.

 

그러므로 제단에 예물을 드리려 할 때에 너에게 원한을 품고 있는 형제가 생각나거든 그 예물을 제단 앞에 두고 먼저 그를 찾아가 화해하고 나서 돌아와 예물을 드려라. 누가 너를 고소하여 그와 함께 법정으로 갈 때에는 도중에서 얼른 화해하여라.

                                                            --마태오 5,20--

 

 

얼마 전 우리 부모님께서 정들였던 가게를 접으셨습니다.

여러 우여곡절이 엮였던 상황...

집주인이 나가라고 하니...그냥 철거하고 나와야 했답니다.

 

가게 문을 닫아 걸고...오늘 이삿짐을 싸야하나..내일 싸야하나..하고 계시던 날.

도와 드려야 하나... 찾아 간 그 곳에서

빈 가게에 혼자 앉아 넋놓고 계시던 어머니를 보았습니다.

 

2년동안이나 정성스럽게 매일 같이 열던 당신 가게...

아무 것도 가지도 가지 못한 채.. 빈몸으로 모두 버리고 가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 들이기 힘드셨던 듯 합니다.

 

" 내 가게...내 손님...문열어야 해..." 하며

항상 뒤도 없이 바쁘게 뛰어다니시던 분이셨습니다.

 

’ 이렇게 털고 나올 꺼 뭐 그리 극성스럽게 굴었냐’ 는 저의 투정에..

...어머니는 그 날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 옛날에 말이다...부산서 아빠랑 둘이 너무 너무 어려운 시절...

  비가 오면 방에 비가 새서 그릇을 받쳐야 했어...왜 그런 거 봤지?

 

  화장실에 가면 말이다. 공동 화장실인데, 여자 남자만 나뉘었지...뻥 뚷린거야..

  바닥에 구멍 몇 개 숭숭 있고,  얼굴을 마주보면서 서로 볼일은 보니..

  참,, 처음엔 똥도 안나와 무척 고생했어..

 

  그런 방에서 아빠를 기다리고 있으면...

  아빠 들어 오는 소리는 저기~~~아주 멀리서도 안단다.

  왜 요즘 보면 그 구루마들...  거기다 냉차 장사를 하셨는데 말이다.

 

  요즘은 타이어가 흔하지? 그 때는 그게 비싸서...아빠는 그걸 바퀴로 쓰지 못했어.

  도라무통이라고 하면 아나? 쇠로 된...그걸 바퀴로 쓰셨으니...

  떨그럭~ 떨그럭~ 소리가 아주 멀리서부터 요란하게 들리는거야...

  너무너무 창피해서....정말 그 고무타이어가 그렇게 갖고 싶었단다..

 

  그러다....어찌어찌 서울에 와서 무지무지 고생하다...여기까지 온거야..

 

  난 말이다...

  지금도 손님이 없는 날이면 가게 유리문으로 밖을 내다보곤 하는데..

  할마시들이 폐휴지를 담고...사람들이 추운 길에서 물건을 팔고 있는 것을 보면..

 

  지금의 내가 도라무통바퀴의 구루마도 아닌.,,,타이어바퀴도 아닌,,,

  따뜻한 가게에서 이렇게 뜨신 밥 먹고 장사를 한다는 것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어.

 

  그래서...그렇게 내가 주어진 것에 충실하고 싶었단다.

 

  근데....현실에만 충실했지....하느님을 잊고 있었더니...

  이렇게 다 걷어 가시네..?

  감사를 하느님에게 하지 않고...삶에서만 열심했더니...다...가져 가시네...

  내 것인 줄 알았더니......아니었어..

 

  이렇게 주인이 나가라고 하면...모두 버리고 나가야 하는 것이 세입자..

  우리의 삶도 주님이 세주시고 빌려주신 것인 줄..잊고 있었네...

  내 놓으라고 하면 ...아무리 기를 써도 이렇게 내놓아야 하는 것을....

 

  다 하느님 것이었는데.... 그치?

  이제라도 하느님한테...감사하고 찾으면...도로 살게 해 주시려나? "

 

.........

 

가게를 철거하시고...다 버리고 몸만 나온 지금...

말 그대로 망해서 나온 ....

우리 부모님의 얼굴은....오히려... 환해 지셨습니다.

 

건물주와의 소모전동안...그를 미워해야 했는데...

악으로 가득 차고 근심으로 가득찼었는데....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

 

빈 몸이 되니....찾을 곳 하느님밖에 없고....

지금 도로 하느님 앞에 빈몸으로 엎드려 통회할 시간이 주어지니...좋으시답니다.

정말 모든 잘못 내놓고 고백하고 나니 속도 후련하시답니다.

 

 

용서를 받고 나면...

그러고 나서 열심히 잘 살겠다고 다시 매달리면...

그 분이 주실 것이라고 믿기에...편하시답니다.

 

...........

이제는 어느 누구도 밉지 않으시답니다.

이렇게 당신들을 만들 이들이 다 밉고...죽이고 싶더니...정말 죽이고 싶더니...

 

이제 그들도 다 하느님의 작업꾼이고..

당신들을 하느님앞에 돌아오게 하기 위한 일꾼이었다고 생각이 드니...저절로 용서가 되더랍니다.

....

 

평화로와진 두 분의 얼굴...

죽을 것 같던...두  분의 얼굴이 이제...제 눈에는 빛이 납니다..

 

......

하느님은 정말  감사하신 분이었습니다.

하느님은 정말  대단하신 분이었습니다.

 

빈 몸이 되었는데...조롱거리가 되었는데...

그 분들을 하나도 초라하게 만들지 않아 주셨습니다.

당신 앞에 마주보기 하기 위해 그렇게 만드셨다는 것을 너무나 쉽게 이해시켜 주셨습니다.

 

 

그 분들 마음에 당신의 평화를 넣어 주심으로...

그 분들 마음에 당신의 사랑을 넣어 주심으로...

 

당신들 마음속에서 화해를 하셨습니다...용서를 청하시고 용서를 하고 계셨습니다...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고 생각했습니다.

 

’ 망하고 싶지 않다...그들이 밉다.. 죽이고 싶다...죽고 싶다..’ 다는 마음.....

 

다 걷어 가셨는데....분명...다 비어 버렸는데..

그 분들은 욥의 기도를 바치고 계셨습니다...

 

오늘.....독서와 복음...

누군가와 화해를 한다는 것...청한다는 것은 내가 여유로와야 가능합니다.

내 마음이 궁핍하고 간악하다면...불가능합니다.

 

내 마음이...평화롭게 가득차 여유로와 지는 것..

그것은 하느님이 채워주실 수 있습니다.

 

그 분이 나에게 사랑과 평화를 넣어 주신다면...

난 얼마든지...누구라도 용서하고 사랑할 수 있습니다.

 

부모의 사랑을 등에 업은 어린이가 여유로운 것처럼..

내가 사랑받고 있기에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사랑받는 자...

그 분은 당신을 잊지 않고...당신을 바라보고...당신 앞에서 옳게 사는 이들을 사랑하십니다.

....

오늘...

내가 누군가와 화평하게 지내기 위해 내 맘의 여유를 위해....

님에게 사랑받아야 하기에...

 

님에게 사랑받기 위해서...

님앞에 엎드려 어떻게 살아야 옳은 것인지 여쭤보는...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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