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자료실

2010.3.31 아름다운 쉼터(기적의 노랫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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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 [4rang2] 쪽지 캡슐

2010-03-31 ㅣ No.337

기적의 노랫소리(김사비나 외, ‘내가 저자가 되는 감사노트’ 중에서)

‘재주’라는 단어에 집착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것도 노래 잘하는 재주에 말입니다. 천상에서 들려오는 것 같은 몇몇 수녀님의 노랫소리가 부러워 내게 그런 재주를 주지 않으신 하느님께 불평한 적이 여러 번입니다. 내 노래 실력으로 말할 것 같으면... 학창 시절 노래방을 가장 두려워했다면 아시겠지요?

하지만 내가 노래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한 때가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파킨스병으로 고생하던 엄마가 어느 날 혼수상태에 빠지셨습니다. 코에 호스를 꽂고 몹시 괴로운 표정을 하셨지요. 늘 보고 싶다던 당신의 막내딸이 아무리 “엄마, 엄마.”하고 불러도 반응이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엄마 곁에 계속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수녀원으로 돌아와야 했지요.

나는 엄마 곁에 계속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 엄마가 즐겨 부르시던 성가를 내 목소리로 녹음하기로 했습니다. 그날 밤, 집에서 성가를 녹음했습니다. 엄마 생각에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노랫소리가 탁했습니다. 무반주에 형편없는 실력이지만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로 녹음하고 싶었습니다.

나는 언니에게 녹음테이프를 주며 엄마 병실에 틀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며칠이 지난 어느 날이었습니다. “엄마가 깨어나서 네 노래를 따라 부르신다. 웃으시면서 말이야.” 아, 엄마가 내 노래를 따라 부르시다니요. 휴가를 내서 엄마 병실에 찾아가자, 엄마는 활짝 웃은 얼굴로 “우리 막내딸, 왔어?”하며 나를 반기셨습니다. 간호사들은 말하더군요. 엄마가 내 노랫소리를 듣고 깨어나셨다고, 기적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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