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회성당 자유게시판

내가 믿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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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범 [seead] 쪽지 캡슐

2002-11-11 ㅣ No.2830

<내가 믿고 있는 것>

 

음식을 먹을 때마다

누가 제일 먼저 이것을 먹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먹기 시작했을까 궁금하게 여길 때가 많다.

우리가 먹고 있는 음식의 종류가 얼마나 많은가?

만약 우리가 차려놓은 음식물에 먹을 수 있는 것으로 믿지 못하고

의심을 하기 시작한다면

과연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얼마나 될까?

믿는다는 것은 어찌보면 이렇게 단순한 것이 아닐까?

 

우리 신앙의 선조들이 믿어온 단순한 진리를

그대로 받아들여서 내 음식으로 삼는 것,,,

이것이 바로 믿음이리라.

예수님의 말씀을 단순하게 받아들이고 내 양식으로 삼는 것,,,

이것이 곧 믿음이리라.

 

들판에서 자라난 저 이름모를 풀이

우리네 먹거리가 되어

우리 몸의 영양소가 된다는 것은

어찌보면 기적 중의 기적이 아니겠는가?

우리가 저 이름모를 풀이 나의 먹거리가 되어

내 몸을 살찌우는 영양소가 될 것이냐 말 것이냐를 따지지 않고

선배 조상들의 경험을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그 기적이 일어나듯이,

 

내가 믿는 바는

나보다 먼저 2000년에 걸쳐

하늘나라의 신비를 믿고 살아온

신앙의 선배들의 삶의 증언을 단순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그들이 믿은 진리가

학문적으로 사실이냐 아니냐를 따지기보다

상대적으로 마찬가지가 아니냐를 따지기보다

그 구성원들이 오늘날의 현실 안에서 제대로 사느냐 못사느냐를 따지기보다

단순히

그들의 믿음이 헛되지 않았음을 나는 믿는 것이다.

그 믿음으로 나의 영혼의 양식을 삼을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리고

참으로 그러한 단순한 믿음이

내 영혼을 이토록 살찌울 수 있게 만들어 주었음에

기적처럼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예수님이 말씀하시듯

이 믿음의 결과는

아무리 하찮아 보이더라도

상상치도 못하는 기적으로 다가오게 된다.

 

오늘도 아침식사를 하면서

이 음식이 내 육신을 먹여 살찌우게 한다는 믿음,

아니 매일 고백하지 않아도 이미 일상이 되어 있는 그 믿음을

갖게 해 주심에 감사드린다.

마찬가지로

오늘 아침기도와 미사를 바치면서

이것이 내 영혼을 먹여 살찌우게 한다는 믿음,

아니 매일 그렇게 고백하지 않아도

이미 나의 일상이 되어 있는 그 믿음을

갖게 해 주심에 감사드린다.

 

때론 입맛이 없을 때는 뭐 새로운 반찬이 없나 찾기도 하고

때론 외식도 한번씩 하지만

정작 더욱 자주 찾게 되는 것은

그 옛날 소시적에 어머니가 해 주시던 토속음식이다.

 

영적인 생활 가운데서도

때론 영적인 입맛이 없어서 반찬투정도 하고

가끔 기도와 미사를 거르기도 하지만

정작 예비자 시절에 느꼈던

그 소박하고 단순한 기도와 미사의 맛을

어쩜 새록새록 다시 찾는지도 모른다.

 

아,

믿음이란 이렇게 단순한 것인데...

 

오 상 선  신부 <프란치스꼬 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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