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암동성당 게시판

연중 제5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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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2-02-09 ㅣ No.796

연중 제5주일(가해. 2002. 2. 10)

                                                  제1독서 : 이사 58, 7 ∼ 10

                                                  제2독서 : 1고린 2, 1 ∼ 5

                                                  복   음 : 마태 5, 13 ∼ 16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저는 사제가 되고 신자들을 만나면서 '혹시 나 때문에 신앙을 잊어버리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의 행동과 말로 인해서 상처를 받고 하느님 마저 잊어버리고 저 멀리 멀어져 가는 이들이 없었으면 합니다.  모두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사제가 되었는데 저 때문에 떠나버린다면 슬픈 일이 아니겠습니까?

  신앙인으로 세속에서 살아가면서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믿고 있는 하느님을 욕되게 하기도 하고, 자랑스럽게 하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라고 하시면서 제자들에게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되라고 말씀하십니다.  소금은 음식물에 맛을 넣어 주고 음식물의 부패를 방지해 줍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사람들은 악한 것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는 힘이 소금에 있다고 믿었습니다.  나쁜 것을 쫓아내기 위해 소금을 뿌리곤 했습니다.  재수 없는 사람이 다녀가면 쫓아나가 그 뒤에다 소금을 뿌리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소금의 역할 때문에 세상에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해야 하는 제자들은 세상에 소금이 되어야 합니다.  그 맛을 남에게 주기 위하여 자기는 녹아 없어져야 하는 살신성인(殺身成人)의 정신이 있어야 합니다.  소금이 녹지 않는다면 맛을 내거나 부패를 막아주는 소금으로써의 구실을 못하는 것입니다.  살신성인의 정신없이 소금 구실을 못하는 제자는 제자도 아니며 소금 역할을 못하는 제자를 다시 써 보려고 해도 고칠 방도가 없다는 말씀하십니다.

  빛은 주위를 밝게 비추어 주며 따스함을 줍니다.  그 밝음과 따스함으로 해서 사람들은 보호받으며 안전하게 편안하게 지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빛은 어둠과 대조되어 선함을 상징합니다.  빛은 악의 상징인 어둠을 이기는 힘입니다.  이 세상의 구원을 위해 인간으로 오신 하느님의 말씀은 생명이며, 그 생명은 어두움을 비추어 주는 사람들의 빛이라고 요한 복음은 말하고 있습니다(요한 1, 4).  초는 빛을 내기 위해 스스로 자신을 태워야 합니다.  등불도 기름을 태워야 합니다.  태워 없애는 만큼 빛을 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도 자신을 온전히 내어놓으므로 해서 세상에 구원을 가져다 주셨습니다.  그 빛은 환하게 세상을 비춥니다.  제자들도 이처럼 자신을 태워 빛이 되라고 예수님께서는 요구하십니다.  그런데 어두운 방을 밝히려고 등불을 켜서 됫박으로 엎어 버리는 미련둥이는 없습니다.  그런데 맡겨진 사명을 이행하지 않고 딴 짓을 하는 제자는 이런 미련둥이나 다름없습니다.

 

  이제 이 세상에 소금이 되고 빛이 되라고 하시는 요구를 제자들뿐 아니라 이 자리에 있는 우리에게 하십니다.  우리 각자각자에게 '너는 세상의 소금이다.  너는 세상의 빛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과연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가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성당에서, 사회에서, 맛을 내는 사람입니까?  부패를 방지하는 사람입니까?  과연 우리는 이 가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성당에서, 사회에서, 어둠을 몰아내고 따뜻함을 전하는 사람입니까?  소금이 녹아야 그 가치를 드러내듯이, 빛을 내기 위해 태워지듯이 우리도 우리의 생활 속에서 우리자신이 소금과 빛이 되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소금과 빛의 삶이냐고 묻고 싶을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이사야 예언자가 이 물음에 답을 줍니다.  "네가 먹을 것을 굶주린 이에게 나눠주는 것, 떠돌며 고생하는 사람을 집에 맞아들이고 헐벗은 사람을 입혀 주며 제 골육을 모르는 체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만 하면 너희 빛이 새벽 동이 트듯 터져 나오리라.  너희 가운데서 멍에를 치운다면, 삿대질을 그만두고 못된 말을 거둔다면, 네가 먹을 것을 굶주린 자에게 나누어주고 쪼들린 자의 배를 채워 준다면, 너의 빛이 어둠에 떠올라 너의 어둠이 대낮같이 밝아 오리라"  이와 같은 삶을 누군가가 하겠지 하는 마음을 버리고 나 혼자서라도 내가 먼저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기도하면 용기를 내어 실천해야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박노해 시인의 시중에 '꽃 피는 말'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그 시를 들려드리며 강론을 끝마치겠습니다.  "우리 시대에 가장 암울한 말이 있다면 '남 하는대로', '나 하나쯤이야', '누군가 하겠지' / 우리 시대에 남은 희망의 말이 있다면 '나 하나만이라도', '내가 있음으로', '내가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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