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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9.28 아름다운 쉼터(아버지의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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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 [4rang2] 쪽지 캡슐

2010-09-28 ㅣ No.511

아버지의 한 마디(김경집, ‘완보완심’ 중에서)

얼마 전 친구 아버님이 돌아가셔서 문상하러 갔습니다. 아버지를 잃은 슬픔으로 초췌해진 모습이 안쓰러워 다독이는데 친구가 말하더군요.

“아버지는 무능하셨지. 형들은 아버지를 비난하기도 했어. 나도 그런 아버지가 싫었지만 그분의 한마디가 날 수렁에서 건진 건 평생 잊지 못할 거야.”

어릴 적, 부엌에서 음식 준비하던 어머니가 친구에게 김치를 꺼내 오라고 시켰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그만 독 뚜껑을 놓쳐서 박살났답니다. “쨍그랑!” 소리에 놀란 어머니는 부엌에서 뛰어나와 빗자루로 아들을 때리셨답니다. 그 뒤로 어머니는 그를 장독대 근체 얼씬도 못하게 했지요.

그런데 며칠 뒤 아버지가 독 뚜껑을 사 오며 그러시더랍니다. “상태야, 김치 좀 꺼내서 엄마에게 갖다 드려라.” “또 깨뜨리면 어떻게 해요? 그렇잖아도 엄마가 미워하는데.” 그러자 아버지는 웃으면서 말씀하셨습니다. “엄마가 널 미워하는 게 아니라 가난한 살림에 쫓겨서 그런 거야. 또 깨뜨리면 어때. 아버지가 그거 하나 살 돈은 있다. 사람이 독 뚜껑 하나 두려워해서야 되겠니?”

더 이상 가타부타 말씀하시지 않았지만 아들 마음에 박힌 상처와 두려움은 그날 이후 흔적도 없이 사라지더랍니다. 그게 어린 아들에게 얼마나 따뜻한 힘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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