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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4 아름다운 쉼터(타고르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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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 [4rang2] 쪽지 캡슐

2010-10-14 ㅣ No.516

타고르의 일기(유현민, ‘톡 쏘는 101가지 이야기’ 중에서)

보름달이 환히 뜬 밤이었다. 타고르는 나룻배 안에 앉아 촛불을 켜 놓고 크로체가 쓴 미학 논문을 읽고 있었다.

크로체는 평생을 일관되게,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알면 진리가 무엇인지도 알게 된다고 주장한 철학자였다. 타고르 자신도 크로체처럼 미의 숭배자였다. 그는 누구보다도 아름답고 미학적인 삶을 살려고 노력했다.

밤이 깊자 타고르는 책을 덮고 촛불을 껐다. 그만 잠자리에 들 생각이었다. 그런데 타고르의 눈앞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그 작은 촛불이 꺼지는 순간 나룻배의 창문으로부터 달빛이 춤추며 흘러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그는 밖으로 나가 뱃전에 섰다. 고요한 밤 떠오른 달은 너무나 아름다웠고 강물은 조용히 흘러가고 있었다.

타고르는 그날 밤 일기에 이렇게 썼다.

“아름다움은 책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 속에 있다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내가 켜 놓은 작은 촛불이 그 아름다움을 가로막고 있었다. 촛불의 연약한 빛 때문에 달빛이 내 안으로 들어올 수가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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