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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8 아름다운 쉼터(행복은 가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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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 [4rang2] 쪽지 캡슐

2010-10-18 ㅣ No.520

행복은 가까이(신은희, ‘좋은생각’ 중에서)

나는 일곱 살, 다섯 살, 네 살 아이를 이모에게 맡기고 출근한다. 아이들은 8시 이후에야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신랑은 약속이 있어 집에 없고, 아이들은 왜 심통 났는지 “엄마, 미워요.” “다시는 보지 않을 거예요.”라며 가슴 찌르는 말을 쏟아 냈다. 최근 일이 힘들어 몇 번이나 사직서를 썼다 지웠다. 몹시 지친 상태라 아이들의 투정을 받아 주지 못하고 본보기라도 보일 듯한 기세로 둘째 엉덩이를 흠씬 두들겼다. 아이들은 울며불며 나를 원망하고 잠들었다.

신랑은 밤늦게 술에 절어 들어왔다. 방금 지나간 폭풍을 알 리 없었다.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삶에 대한 허무함까지 몰려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이튿날, 신랑은 숙취 때문에 쉽게 일어나지 못했다. 나는 큰애를 깨워 신발 신기고, 둘째 손을 잡고, 셋째를 품에 안았다. 그러고는 콜택시를 불렀다. “홍도아파트 들렀다가 시내로 가 주세요.” 홍도아파트는 이모 집이고, 시내에는 직장이 있다. 헐레벌떡 아이들을 이모에게 맡긴 뒤에야 기사님이 60대 여자분인 걸 알았다. “힘드시지요?” 먼저 말을 꺼내셨다. 눈물이 핑 돌았다. “나는 택시 운전을 30년 동안 했어요. 남편과 이혼하고 서른 살에 시작해서 아들딸 잘 키웠지요. 힘든 일이 나를 비켜 갈 거라는 기대는 버려요.”

순간 다시 태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기사님은 내 삶을 바꿀 기회를 주셨다. 아이들과 충분히 행복한데도 잠깐의 불행을 돋보기로 키워 보았다. 회사에 도착해서 기사님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좋은 말씀 정말 감사드립니다.” 바로 답장이 왔다. “행복은 가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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