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동성당 게시판

다섯 연으로 된 짧은 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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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희 [skysopi] 쪽지 캡슐

2000-08-20 ㅣ No.847

                    다섯 연으로 된 짧은 자서전

                     

                    1

                    난 길을 걷고 있었다.

                    길 한가운데 깊은 구멍이 있었다.

                    난 그곳에 빠졌다.

                    난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건 내 잘못이 아니었다.

                    그 구멍에서 빠져나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2

                    난 길을 걷고 있었다.

                    길 한가운데 깊은 구멍이 있었다.

                    난 그걸 못 본 체했다.

                    난 다시 그곳에 빠졌다.

                    똑같은 장소에 또다시 빠진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내 잘못이 아니었다.

                    그곳에서 빠져나오는 데

                    또다시 오랜 시간이 걸렸다.

                     

                    3

                    난 길을 걷고 있었다.

                    길 한가운데 깊은 구멍이 있었다.

                    난 미리 알아차렸지만 또다시 그곳에 빠졌다.

                    그건 이제 하나의 습관이 되었다.

                    난 비로소 눈을 떴다.

                    난 내가 어디 있는가를 알았다.

                    그건 내 잘못이었다.

                    난 얼른 그곳에서 나왔다.

                     

                    4

                    내가 길을 걷고 있는데

                    길 한가운데 깊은 구멍이 있었다.

                    난 그 둘레를 돌아서 지나갔다.

                     

                    5

                    난 이제 다른 길로 가고 있다.

                     

                     

                    - 작자 미상 -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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