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는 시집 안가? 이제 오지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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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 때문에 산동네 언덕을 오르다 숨이 차 쉬는 곳이 있습니다. 그 곳에 닿으면 오고 가는 사람들을 종일 지켜보며 소일로 삼으시는 할머니들을 만나는 작은 즐거움이 있습니다. 늘 말없이 인사만 드리고 쉬다 가는데 "애기는 시집 안가고 왜 자꾸 여기만 와? 시집 가 그만 오구." 오잉? 듣던 중 반가운 소리를....... "할머니 저 결혼했어요. 아이도 있는 걸요?" "그래?" 놀래시는 할머니. 기분 캡 ! (할머니 멋쟁이!) 이 대화를 듣고 있던 쪼끔 젊은 할머니 " 에이, 벌써 나이가 있어 보이는데 뭘?" (할머닌 가만히 계셔도 돼요.) 식상해진 기분으로 공부방 도착.
전 수업이 끝나질 않아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고 있었습니다. 제 수업시간을 기다리며 그네를 타던 아이들 "선생님 결혼했어요? (오늘 왜 이러냐?) "결혼했을 것 같아, 아니면 안 했을 것 같아?" "안 했을 것 같아요." "호" "호" "호" "애들아, 내가 밀어 줄게." 다시 기분 캡!
저도 나이가 들어가나 봅니다. 안하고 한 것에 왜 미련을 두어야 하는지. 우습죠?
오늘은 방학식, "또 놀려가도 돼요?" 아이들 전화번호만 적어 오고 바뀐 나의 번호를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순간에...... 사는 터전이 온통 경사가 져 그 흔한 자전거 한번, 롤라 브레이드 한번 타보지 못한 아이들. 우리집에 와 지극히 평범한 제 살림을 보고 마냥 신기한 듯 만져 보고 바라보고 하던 아이들. 일 년에 두 번씩은 꼭 초대해 맛있는 음식을 해 주었는데..... 오늘 전 그 아이들이 온다는 말에 왜 바뀐 전화 번호를 말해주지 않았는지 자신에게 놀라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며칠 있다 아이들은 초대해야겠습니다. 그리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줄 겁니다.
미안해 얘들아. 잠시 유혹에 빠졌나봐 요즘 내가 생각이 많았거든 빨리 돌아올게. 그리고 지만아, 먼저 번에 "왜, 햄버거에 치즈가 없어요" 하면서 주문했지? 이 번엔 햄버거에 치즈 넣어 줄게. 유난히도 힘들게 했던 지민이.
육신의 나이와 관계없이 얼마만큼 창조적인 생활을 하느냐에 따라 늙고 젊음이 가려져야지 외적인 모습이 뭘 그리 대단하다고. 그렇죠?
그리고 내 개인의 삶 또한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이웃들과 맺어져 있음을 늘 인식 한다면 결코 헛되이 살 수 없음을 깨닫게 됩니다.
이 여름에 소중한 자신을 바라보게 해 주신 주님 감사합니다.
이 글 제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올립니다.
조 자네트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