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는 시집 안가? 이제 오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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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효순 [eq99] 쪽지 캡슐

2000-07-20 ㅣ No.1682

봉사 때문에 산동네 언덕을 오르다 숨이 차 쉬는 곳이 있습니다. 그 곳에 닿으면 오고 가는

사람들을 종일 지켜보며 소일로 삼으시는 할머니들을 만나는 작은 즐거움이 있습니다.

늘 말없이 인사만 드리고 쉬다 가는데

"애기는 시집 안가고 왜 자꾸 여기만 와? 시집 가 그만 오구."   오잉?    듣던 중 반가운 소리를.......

"할머니 저 결혼했어요.  아이도 있는 걸요?"  "그래?" 놀래시는 할머니.

   기분 캡 ! (할머니 멋쟁이!)

이 대화를 듣고 있던 쪼끔 젊은 할머니 " 에이, 벌써 나이가 있어 보이는데  뭘?"

  (할머닌 가만히 계셔도 돼요.)

식상해진 기분으로 공부방 도착.

 

 전 수업이 끝나질 않아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고 있었습니다.  제 수업시간을 기다리며 그네를 타던 아이들 "선생님 결혼했어요?  (오늘 왜 이러냐?)  

"결혼했을 것 같아, 아니면 안 했을 것 같아?"       "안 했을 것 같아요."

    "호" "호" "호"   "애들아, 내가 밀어 줄게."        다시 기분 캡!

 

저도 나이가 들어가나 봅니다. 안하고 한 것에 왜 미련을 두어야 하는지.

우습죠?

 

오늘은 방학식,  "또 놀려가도 돼요?"  아이들 전화번호만 적어 오고 바뀐 나의 번호를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순간에......

사는 터전이 온통 경사가 져  그 흔한 자전거 한번, 롤라 브레이드 한번 타보지 못한 아이들. 우리집에 와 지극히 평범한 제 살림을 보고 마냥 신기한 듯 만져 보고 바라보고 하던 아이들.

일 년에 두 번씩은 꼭 초대해 맛있는 음식을 해 주었는데.....

 오늘 전  그 아이들이 온다는 말에 왜 바뀐 전화 번호를 말해주지 않았는지  자신에게 놀라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며칠 있다 아이들은 초대해야겠습니다. 그리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줄 겁니다.

 

미안해 얘들아. 잠시 유혹에 빠졌나봐  요즘 내가 생각이 많았거든 빨리 돌아올게.

그리고 지만아, 먼저 번에 "왜, 햄버거에 치즈가 없어요" 하면서 주문했지?

이 번엔 햄버거에 치즈 넣어 줄게.

유난히도 힘들게 했던 지민이.

 

육신의 나이와 관계없이 얼마만큼 창조적인 생활을 하느냐에 따라 늙고 젊음이 가려져야지

외적인 모습이 뭘 그리 대단하다고.  그렇죠?

 

그리고 내 개인의 삶 또한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이웃들과 맺어져 있음을 늘 인식 한다면

 결코 헛되이 살 수 없음을 깨닫게 됩니다.  

 

이 여름에  소중한 자신을 바라보게 해 주신 주님 감사합니다.

 

이 글 제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올립니다.

 

 조 자네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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