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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강원도 횡성 성도미니코선교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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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나 [human] 쪽지 캡슐

2002-05-17 ㅣ No.16

 

[수도원을 찾아] 5. 강원도 횡성 성 도미니코 선교 수녀회]

 

’사랑의 불’지피는 천사들

 

 

 내리는 비로 나무며 흙이며 모든 사물이 더욱 짙고 분명한 색채를 머금으며 그들 자신의 깊이로 젖어들고 있다.

 

 끝없이 떨어져 내리는 빗줄기 아래 소리 없이 흐르고 있는 섬강 부근엔 간혹 우아한 자태의 백로가 눈에 띄기도 한다.

 

 횡성을 향해 오던 영동고속도로의 하늘 위로 먹이를 찾아 힘찬 획을 그으며 사라지던 솔개와는 참으로 대조적이다.

 

 횡성읍을 흐르는 섬강 곁의 질척이는 비포장 길 한 옆으로 문득 산을 향해 비스듬히 나있는 단아한 길이 눈에 들어왔다.

 

 그 길을 따라 올라가면 병풍처럼 둘러쳐진 아늑한 산자락 아래 벽돌로 지은 유럽풍의 건물에 ’성 도미니코 선교 수녀회’가 자리 잡고 있다.

 

’성 도미니코 선교 수녀회’는 ’가서 전하라’는 말씀을 충실히 따랐던 도미니코 성인의 영성을 따라 1886년 스페인의 오까냐에서 선교를 지망한 몇 명의 관상 수녀들과 지원자들로 창립됐다.

 

수도회는 그 시초부터 극동 선교를 지향, 여러 지역으로 확장돼 갔고 한국에는 1984년 12월 3일 진출했다.

 

서울 미아리에 유기 서원소와 강원도 횡성의 수련소에서 진리를 관상하고 전하는 그리스도의 사명에 헌신하게 될 수녀들을 양성하고 있으며, 피정의 집과 본당, 학교 교리 교육, 군인 사목 등에 봉사하고 있다.

 

지원기(6개월).청원기(1년).수련기(2년)를 거쳐 첫 서원을 발한 수녀는 수련기에 받은 모든 양성을 확고히 하고 발전시키는 5년의 유기 서원기 동안 자신의 수도적 성장을 계속한다.

 

그 후 종신 서원을 하게 되며 전 생애를 통해 영적.학문적.실제적 양성을 계속 하게 된다.

 

*** 知己가 觀想의 첫 단계

 

이 수도회의 카리스마는 관상(觀想)에서 나오는 설교, 선교에 있다.

 

열렬한 기도 안에서 하느님과 함께 하고 사람들에게 하느님을 전했던 도미니코 성인의 열정은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고 한 그리스도의 열정, 바로 그것이었다.

 

도미니코가 지적한 사도의 본질적 모형은 ’겸손한 설교가’였으며, ’머리 누일 자리조차 없이 떠돌아다니며 하늘 나라를 설교하는 그리스도’ 였다.

 

수련자들을 돌보는 루실라 수녀님과 청원자들을 돌보는 세실리아 수녀님과 함께 수도 생활과 기도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다. 나에게는 짧은 피정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기도의 가장 높은 단계인 관상은 단순하고 사랑 가득한 마음으로 하느님을 응시하고 진리를 직관하는 경지며,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 관상의 첫 단계다.

 

관상은 초자연적 은총의 빛을 받아 이뤄지기도 하지만 도미니코 수도자들은 수도적 노력과 내적 훈련을 통해 영적 지혜로도 이를 수 있다고 보기도 하므로 그들은 꾸준한 공부를 통해 관상을 위한 풍요로움을 얻는다.

 

그리고 그들이 공부를 하는 것은 진리가 그들의 삶을 더욱 깊이 꿰뚫게 하기 위한 것이며 그들에게 가득찬 진리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한 것이다.

 

결국 그들의 기도와 영적 독서와 공부를 통한 노력은 삶 속에서, 타인들 가운데서 꽃망울을 터뜨리기 위한 것이다.

 

세실리아 수녀님을 따라 수녀님들이 성체 조배(성체 앞에서 개인적 혹은 공동적으로 하는 기도)를 하는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제대엔 두 개의 촛불이 열려 있는 감실의 하얀 성체를 따뜻하게 비추고 있었다.

 

흰 수도복의 수녀님들은 미동도 없이 침묵 중에 성체를 마주하고 있었고 들리는 소리라고는 밖에서 나지막이 땅을 두드리는 빗소리뿐이었다.

 

깨어 있는, 깨어 있기를 열망하는 영혼들이 그곳에 있었다. 그들의 영혼의 여정은 세속에서 자신의 내면으로, 소용돌이에서 고요함으로, 복잡함에서 단순함으로 가는 길임을 그들의 뒷모습에서 읽을 수 있었다.

 

기도하는 그들의 모습은 그 존재 자체로 깊은 울림의 설교이고 선교였으며, 우리를 위해 기도하는 그들이 그곳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로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됐다.

 

그들은 그렇게 그곳에 있었다. 우리 몸 깊숙한 곳에서 보이지 않게 뛰고 있는 심장과도 같이 이 세상의 정화와 성화를 위해 기도하고 탄원하면서….

 

*** 두손 모은 모습엔 평화가

 

조용히 기도하며 쉬고 싶다면, 혹은 내면의 소란스러움을 잠재우고 자신을 좀더 깊이 들여다보고 싶다면 그곳에 있는 피정의 집에 머물면 된다.

 

창마다 푸른 나무 잎새와 하늘만이 안을 들여다볼 뿐 아무도 나를 기웃거리거나 떠밀지 않는 곳.

 

혼자이든 혹은 부부나 가족단위이든 단체이든 그 누구라도 맞아들이기 위해 열려 있는 집이다.

 

나는 깊은 숲 속에서 미처 모르던 아늑한 쉼터를 발견한 기쁨으로, 언젠가 지치거나 메마를 때 그곳에 머물기 위해 꼭 다시 오리라 마음먹었다.

 

긴장감과 경쟁의식이 팽배해 있는 현실에서 고통 중에 있는 사람들이 그들의 문을 두드릴 때, 그리고 그들을 위해 기도 할 때 수도자로서의 보람과 기쁨을 느낀다는 세실리아 수녀님, ’살아가는 일 자체가 기쁨’이라는 루실라 수녀님, 비 개인 날의 환한 하늘빛을 닮은 그분들의 미소를 잊을 수 없다.

 

완덕(完德)에 이르기 위해서는 ’그것을 원하라’고 나에게 던져준 일격과도 같은 한마디와 함께…

 

이창분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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