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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만 같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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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성 [hain716] 쪽지 캡슐

2005-02-12 ㅣ No.178

춘천교구  주보에

참 좋은 글이 있어

여기에 첨부파일로 올립니다.

 

닭만 같아라!
(송영호 마르티노■김화성당 마현공소)

 

어느 양계장에 화재가 나서 모든 닭들이 시꺼멓게 재가 됐다. 재로 굳은 닭들의 시체 속에서 소리가 나 헤치고 보니 죽은 어미 가슴에 안긴 병아리였다. 새끼는 죽지 않고 놀라서 울며 뒤뚱거렸다. 너무 놀라고 가슴 저린 일이었다. 자신을 던져 생명을 구한 소중한 희생이었다. 우리 모두의 귀감이 되고도 남을 것 같다. 닭만 같아라!

 

새끼를 품은 스무 하루, 어미 닭은 먹지도 쉬지도 못하여 여윈 몸으로 오직 새끼만을 돌본다. 그리고 새끼가 깨어나오면, 어린 새끼를 데리고 다니며 여러 가지를 가르친다. 그러다, 새끼가 다 커 내 보낼 때가 되면 날카로운 부리로 사정없이 쪼며 쫓는다. “이제는 혼자서 살아 봐!” 하고 떠나 보내며 사랑의 교육을 마무리하는 것은 사람도 배워야 할 것이다. 닭만 같아라!

 

닭은 사람에게 주는 것도 많다. 닭고기는 너무나 잘 알려진 영양식. 복더위에 지쳐 기운이 없을 때는 삼계탕, 여행 온 손님들의 입맛을 돋우는 상큼한 닭갈비,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치킨, 닭튀김, 모두 양질의 단백질로 우리의 건강을 돕는다. 또 계란을 주고, 깃털은 침낭에, 계분은 최고의 거름이다. 자신을 남김없이 내어주는 닭은 소에 견주어 손색이 없다. 닭만 같아라!

 

어느 정치인이 말했던가,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여명을 알리는 청아한 닭의 울음은 옛적부터 사람들을 깨워준 시계였다. 닭은 기개 또한 힘차다. 싸울 때는 볏을 세우고 위세 당당하게 대들며 물러나지 않고, 진부한 현실을 털고 일어나 자신을 준엄하게 이끄는 닭의 지혜는 세상의 맑은 샘물과도 같다. 닭만 같아라! (춘천교구 주보 제1219호 3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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