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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정 [bonabona] 쪽지 캡슐

2000-03-10 ㅣ No.650

퍼온 글이예요.

넘 가슴을 울리길래..(이몸에서 더울리면...) 이렇게 올립니당.

 

스물 아홉...당신은 열 네 시간을 기다려서야 자식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당신은 하느님을 믿지 않았지만.

당신도 모르게 기도를 올렸습니다.

 

 

서른 일곱...자식이 초등학교를 들어가 우등상을 탔습니다.

당신은 액자를 만들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걸어 두었습니다.

아직도 당신의 방에는 누렇게 바랜 액자가 걸려있습니다.

 

 

마흔 셋... 일요일 아침 모처럼 자식과 약수터로 올라갔습니다.

이웃사람들이 자식이 아버지를 닮았다며 인사를 건넸습니다.

당신은 괜히 기분이 좋았습니다.

 

 

마흔 여덟...자식이 대학 입학 시험을 보러 갔습니다.

당신은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했지만.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쉰 셋...자식이 첫 월급을 타서 내의를 사왔습니다.

당신은 쓸데없이 돈을 쓴다고 나무랐지만.

밤이 늦도록 내의를 입어 보고 또 입어 습니다.

 

 

예순 하나... 딸이 시집을 가는 날이었습니다.

딸은 도둑 같은 사위 얼굴을 쳐다보며 함박 웃음을 피웠습니다.

그리고 나서 당신은 나이 들고서 처음으로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오직 하나 자식 잘되기만을 바라며 살아온 한 평생

 

 

하지만 이제는 희끗희끗한 머리로 남으신 당신...

 

 

우리는 당신을 아버지라 부릅니다...

 

 

 

우리가 잘 되길바라는 마음은 하느님께서도 한결 같으실겁니다.

여러분 사순시기 매일미사 열씨미 참례합시다.

석촌동 주일학교 선생님과 신부님, 수녀님 모두모두 싸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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