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십리성당 게시판

교만한 자의 회개

인쇄

권태하 [domini0727] 쪽지 캡슐

2004-09-06 ㅣ No.3167

어제 교중미사에서 신부님께서는 둥금(원)에 대해서 말씀하셨습니다. 사람이 모가 나면 그 모남으로 인해 남과 부딪칠 때 상처를 주고, 그러므로 스스로가 깎이어 둥글어져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 항상 겸손한 마음가짐을 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냥 넘어가도 될 말씀이셨지만 저에겐 참으로 가슴에 찔리는 말씀이었습니다.

 

저는 한때 너무나 모나고 교만하여(지금도 그 버릇 다 고쳤다 할 수는 없지만) 심지어는 신부님의 강론까지 평을 하며 어떤 신부님은 강론을 잘한다 어떤 신부님은 강론을 못한다 하면서 제멋대로 판단하고, 말 하는데 세금 안낸다고 남 앞에서 지껄이기도 한 그런 교만 덩어리였습니다.

그 당시는 강론을 잘하시는 신부님을 따라 혼자서 그 성당에 가서 주일미사를 드릴까하는 그런 엉뚱한 생각도 했습니다.

그러나  어느날 문득!!

미사의 핵심은 성체성사인데 내가 지금 더 이상 무엇을 구하나? 하는 깨달음을 갖게 되면서부터 나는 신부님의 강론말씀을 부닫김 없이 항상 행복한 마음으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나의 교만은 성당에 와서도 지식을 구했던 것이지 은총을 구할 마음 자체가 없었던 것입니다. 마치 대학 강의실에 앉아 교수님이 실력이 있다 없다 평을 하던 그 교만 그대로를 가지고 성당에 나와 앉아 있었던 것입니다.

교회 탓도 있습니다. 쥐뿔만도 못한 신앙심밖에 안 가진 놈을 사목위원까지 시켜주었으니 엉덩이에 뿔이 난거지요.

 

강론말씀이 지식을 얻는 강의가 아니라 은총의 말씀임을 깨닫는데 나에게는 그렇게도 오랜 시일이 걸렸던 것입니다. 지식을 얻고자 하여 강론을 들을 것이 아니라 신부님의 강론을 통해 역사하시는 하느님의 은총을 느끼는 것이 미사강론의 참맛임을 깨달았을 때 나는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날의 내 질못과 나의 교만으로 행해진 죄를 회개하며 내가 십자가에 달고 창으로 찌르며 조롱했던 사제님들을 위해 100번의 사제를 위한 기도를 바쳤던 것입니다.

 

어제 교중미사 때 갑자기 그때 생각이 나서 가슴으로 울면서 미사를 올렸습니다.

깨달음을 주신 나의 하느님. 감사와 찬미를 받으소서!



43 3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