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십리성당 게시판

Tidak apapa (티다 빠빠==괜찮아요) Trimakasih(뜨리마카시=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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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하 [domini0727] 쪽지 캡슐

2004-11-25 ㅣ No.3243

낮에 바투리친의 천주교신자 대표인 슐레이만(요셉) 형제와 어렵사리 통화를 했습니다. 거의 10년만에 전화로라도 내 음성을 듣는다면서 울먹이는 그의 목소리를 들으니 비록 피부색은 달라도 피는 같은 색깔이라더니 저 또한 목이 메어왔습니다.

 

인도네시아 정부에서 칼리만탄 지역의 원시림을 보호림으로 지정하여 원목벌채를 못하게 하므로 합판공장을 돌리기 위해서는 바다 건너 멀리서 원목을 사와야 했고 운반비 때문에 채산이 맞지않아 약 4개월간 직원 봉급이 밀려서 노사문제가 불거졌고, 한국인 책임자 두사람이 각각 자카르타 본사에 가서 봉급 자금을 가져오겠다 하고 나가서는 소식도 없이 들어오지 않는 바람에 더 큰 소동이 일어나 끝내는 경찰이 동원되는 불상사까지 났다고 하더군요.  

 

96년 8월에 그곳에 갔을 때 함께 미사를 보면서 내가 천주교로 개종한 것을 진심으로 반가워 해 주었던 슐레이만. 그도 이제는 53세가 되어 3년전에 회사를 그만 두고(그곳은 국민 평균수명이 52세랍니다) 오직 성당 일만 한 모양인데 특별히 현지인 회사대표인 옛 부하의 호의로 저와 통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저가 이 이야기를 왜 장황히 늘어놓느냐 하면 슐레이만 형제가 오늘 제게 한 말이 너무나 가슴에 와 닿았기 때문입니다.

 

"바빠(Bapak) 슐레이만,  칼루부기투 난띠 바게이마나? (빠 슐레이만 그렇게 되면 나중엔 어떡할거야?"

제가 성당이 다 탔으니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으냐? 하는 위로의 물음이었는데 그는 나에게 이 글의 제목인 "티다빠빠. 비사 싸자...."(괜찮아요. 할 수 있어요. 우리에겐 하느님이 계시잖아요. 뚜안 권 마음 써줘서 감사해요" 라며 울먹였습니다.

"우리에겐 하느님이 계시잖아요?"하는 그의 말이 왜 그렇게 아프게 들리던지...!!

 

이번 주일날엔 오토바이를 타고 60리나 떨어진 곳으로 미사를 드리려 간데요. 약 100명의 신자들이 오토바이 행렬을 지어 미사를 드리려고 60리를 비포장도로로 간다고 상상해 보세요. 장관이 아니겠습니까?

더운 나라라서 사람들이 게을러 빠져서 부려먹기가 무척 힘들었는데 그들의 신심만은 참으로 배울 점이 많더라구요.

주일이 되면 자기 옷 중에서 가장 좋은 옷으로 갈아 입고 오토바이를 타고, 또는 트럭을 타고 60리 100리는 보통으로 알고 겨우 1시간 미사에 참석키 위해 달려가는 그들의 신앙심이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존경스럽더라구요.

 

성가책에는 콩나물 대가리라 하는 음표가 없고, 오직 1,2,3,4,5,6,7,로 계명을 표시해서 위에 아래 점으로 높은 음 낮은 음을 가리는데 목소리가 얼마나 좋은지 10명만 모여도 코러스를 듣는 것 같은 환상에 젖게 하던 그들.

 

회교 원리분리 추종자들이 테러를 자행하는 바람에 항상 신부님을 에스코트 하면서

한 곳에 모여 미사를 드리는 그들.

"괜찮아요. 우리에겐 하느님이 계시잖아요?"하며 오히려 내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보낼 줄 아는 그들의 깊은 신앙심이

이 시간 밤 1시, 잠 못 이루는 나를 채찍질 합니다.

회개 하라고 채찍질 합니다.

네 작은 신앙, 그 성의 없는 신앙, 그게 신앙이냐고 나를 채찍질 합니다.

 

주님. 용서하소서.

이 죄인을 용서하소서!

이 불쌍한 죄인을 용서하소서!

그리고 내게 채찍질을 하는 바뚜리친의 신자들을 위로해 주시고 

그들을 축복해 주소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옵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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