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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노을 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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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정 [cryolite] 쪽지 캡슐

2000-01-19 ㅣ No.229

오늘, 노을을 봤습니다.

어릴적 한참을 놀다보면, 이제 그만 집에 들어가라고, 빨갛게 깔리던 그 노을이.

오늘은 친구를 기다리는 제 머리맡에서 이제 그만 기다리라고 빨갛게 깔리고 있었답니다.

 

예전처럼 새빨간 노을은 아니었어요.

회색물이 든 빨간색의 노을은 제 어릴적의 노을은 아니었지요.

그렇지만, 그 어느때라도 노을은 어린 마음에 신기한 빛을 심어주는 것 같았답니다.

 

친구가 비록 나오지 않더라도, 나는 노을을 봤어.

그건 친구 덕분이야. 친구가 날 기다리게 해 줬기 때문이지.

그런 생각을 했었더랬습니다.

빨간 색에서 파란색으로 변해가는 하늘은 언제 봐도 사람을 너그럽게 해주는 모양이예요.

 

언젠가 한번쯤은 하늘을 보실일이 있겠죠.

그럼 그게 꼭 노을이길 바래요.

마음이 넓어져서, 하늘을 보기 전에 했었던 근심쯤은 하얗게 잊어버릴수 있게요.

 

주님의 하늘 빛이 우리의 회색으로 조금은 바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결코 주님의 빛을 저버릴 수 없음을, 그 빛이 주는 희망을 모른 채 할 수 없음을

오늘 조금 느낀거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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