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기동성당 게시판

삼위일체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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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1999-05-28 ㅣ No.686

삼위일체 대축일

 

 

  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5월의 마지막 주일이고, 삼위일체 대축일이며, 청소년 주일입니다.

 

 어릴 때, 문법을 배우고 나서 말을 배우는 사람은 없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먼저 말을 배우고 나중에 문법을 배우게 됩니다. 수없이 반복되는 말 배우기를 거친 후에 아이는 비로소 "아빠, 엄마"를 말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서 말이 먼저 있었고, 그 말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 나중에 문법이 생겨납니다. 또한 말이 변하면 그 변화된 말에 맞추어서 문법이 변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쉽게 이야기하는 이런 모든 말들도 처음에 그것을 배우기까지는 수많은 반복과 연습이 있어야했습니다. 다만 지금은 우리가 하는 말들이 우리의 몸과 우리의 가슴에 담겨있기 때문에 우리들은 아무런 어려움 없이 말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들은 신앙생활 하면서 많은 교리를 배우게 됩니다. 예를 들면 인간이란? 종교란? 성서란? 하느님이란? 예수님이란? 성사란? 교회란? 등등입니다. 하지만 이런 모든 교리들은 교리가 먼저 있고 나서  신앙인들의 삶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먼저 하느님의 사랑에 대한 체험이 있었고, 그 하느님의 계시가 있었고, 그 하느님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 하느님의 무한하신 사랑과 자비에 감사하는 사람들의 삶이 있었습니다. 그런 사람들의 삶과 신앙이 하느님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전해질 때 교리라는 옷을 입게 됩니다.

 

 이런 교리라는 옷은 하느님 사랑에 대한 체험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와 같은 신앙의 삶에 젖어있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때로 무척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 면이 있습니다. 마치 우리들은 쉽게 말하고 듣고  이해하는 한국말이 외국 사람들에게는 무척 생소하고 어려운 것과 같다고 하겠습니다.

 

 그런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한국어 문법이 필요하고, 그런 문법을 가르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가장 쉽게 한국어를 배우는 것은 어쩌면 한국인의 생각과 한국인의 문화와 한국인의 삶에 젖어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삼위일체에 대한 교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삼위일체에 대한 교리가 먼저 있었고, 그를 믿는 신앙인들이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초대 교회 신앙인들에게는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 대한 체험이 있었고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은총에 대한 체험이 있었고,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은 초대 교회 신자들에게는 전혀 어렵지도 어색하지도 이해하지 힘든 교리도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아침에 눈을 뜨면 떠오르는 태양을 보듯이 초대교회 신자들은 그들의 삶에 있어서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은 당연한 하느님께 대한 이해와 하느님께 대한 신앙 이였습니다.

 

 먼저 그들에게 "성부"이신 하느님은 가장 원천적인 체험입니다. "세상을 창조하시고, 인간을 창조하시고, 부족한 그들을 에집트에서 탈출시켜 주시고, 십계명을 주시고, 죽음의 골짜기에서도 그들을 잊지 않으시고 건져주시는 사랑과 자비와 용서의 하느님 이였습니다."

 

 또한 "성자"이신 하느님께 대한 체험은 가장 쉽고 가장 가깝고 가장 기쁜 체험 이였습니다. 십대의 젊은이들에게 "H.O.T나 유승준, 김현정이나 젝스키스"는 엄청난 우상입니다. 그런 십대의 젊은이들에게 그런 그들의 우상이 함께 있어주고 함께 이야기하고, 함께 생활한다면 얼마나 신나고 얼마나 즐거운 일이겠습니까!

 

 초대교회 신자들은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생활하였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참된 행복이 무엇인지, 우리가 가야할 삶의 길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몸소 행동으로 보여주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죽음을 넘어 부활함으로써 우리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길을 제시하였습니다.

 

 끝으로 "성령"이신 하느님께 대한 체험이 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성령"을 받으라고 하셨고, 성령이신 협조자를 약속하신 대로 보내주셨습니다. 밤길을 혼자 걷는 아이에게 어머니가 등불을 들고 와 주신다면 얼마나 힘이 되고, 얼마나 위안이 되겠습니까! 성령을 받은 제자들은 이제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담대하게 자신들이 체험한 예수님을 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성령은 충만한 은혜를 주었고, 성령을 받은 제자들은 성령의 열매를 맺을 수 있게 되었고, 성령은 이제 교회를 지켜주시고 감싸주십니다.

 

 이상이 초대 교회 신자들이 체험한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이셨고,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에 대한 체험은 초대 교회 신자들의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습니다. 늘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기도하였고,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었고, 초대교회 신자들의 삶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 대한 신앙고백으로  더욱 충만해졌습니다.

 

 교우 여러분!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계십니다. 사랑을 베푸시는 성부와 은총을 내리시는 성자와 친교를 이루시는 성령께서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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