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성당 장년게시판

삼위일체 대축일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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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헌 [heonheon] 쪽지 캡슐

2000-06-16 ㅣ No.1116

우리들이 신앙생활 하면서 가장 알아듣기 힘든 교리가 바로 이 삼위일체 교리입니다.  성부, 성자, 성령 각각에 대해서는 그분들이 어떤 분이고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분인지 대충 ''이라도 잡을 수 있는데 '그 세분이 하나이시다'는 말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됩니다.  오늘 미사 감사송에서 삼위일체를 설명하고 있는 표현을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성부는 독생성자와 성령과 함께 한 천주시요 한 주님이시나, ()로서 하나가 아니시고 삼위일체(三位一體)신 본체(本體)로서 하나이시도다.  주님의 계시로 당신 영광에 대하여 우리가 믿는 진리는 성자와 성령에 대하여도 다름이 없나이다.  그러므로 위()로는 각각이시요,본체(本體)로는 하나이시요 위엄으로는 같으심......."             설명이 더 어렵습니다.  ''내지 '위격'이니 '본체'니 하는 말을 이해하려면 또 한참 설명을 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한참동안 설명을 들어봐도 무언가 선명하게 머리에 잡히지도 않습니다.             여러 신학자들이 삼위일체를 설명하기 위해 그럴싸한 이론을 많이 내 놓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어느 것 하나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하나 머리 속에 또렷하게 남아있는 것은 '신비'라는 말입니다.  삼위일체 교리는 '신비'이기 때문에 인간의 이성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인간 이성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왜 말로 만들어서 우리를 괴롭히느냐?  그냥 모르겠다고 하면 될 것을."  이렇게 따질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이 항변에 대한 대답이라도 드려 보겠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인간을 극진히 사랑하신 나머지 우리 인간을 구원으로 이끄시기 위해 당신께서 할 수있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하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성서를 통해서, 교회를 통해서 전해진 하느님의 실상을 상당히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교회는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언어'라는 형식을 통해 하느님을 전하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기억할 것이 있습니다.  '언어'라는 의사 소통수단은 물질 세계의 논리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물질 세계에 토대를 둔 인간의 지식과 사상,  체험과 감정은 언어로써 설명하고 표현할 수 있지만, 물질 세계를 초월하는 영역에 대해서는 언어로 표현하기가 무쳑 궁색합니다.  다시 말하면 인간의 언어 속에 하느님을 완전히 담아낼 수는 없습니다.  인간의 언어 뿐만 아니라 땅을 디디고 사는 인간의 어떤 능력으로도 하느님의 실체를 완전하게 파악할 수는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인간에게 당신을 보여주려 하시지만 인간의 수용 능력이라는 범위를 초과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그만큼 하느님과 우리 인간 사이에는 엄청난 격차와 간격이 있다는 것을 먼저 인정해야 합니다.   우주 만물을 창조하시고 우리 인간을 창조하신 분과 창조된 우리들,  그 차이는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지경입니다.  이런 분에 대해서 우리가 약간 안다고 어줍잖게 왈가왈부한다는 것 자체가 하느님께 대한 큰 불경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하느님을 닮은 존재로 창조되었습니다.  언어라는 매개체로 하느님을 완전히 알 수는 없지만 언어라는 매개체를 디딤돌 삼아 우리 안에 자리잡고 있는 하느님의 모상을 끊임없이 계발해 나간다면 언젠가 우리는 하느님의 참 모습을 뵙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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